특수본 "중앙통제단 문서 허위" vs 소방청 "행정 실수"

소방당국 대응 전반 수사…119신고자 사망 사실도 공개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참사 당시 중앙긴급구조통제단(중앙통제단)과 관련한 소방청 문건이 허위로 작성됐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용산지역 경찰·소방·구청 책임자들 신병처리 단계에 접어든 수사가 소방당국의 참사대응 전반으로 초점을 옮기는 모양새다.

소방청은 "당시 상황이 위급해 문서의 날짜 등에 행정적 실수가 있었을 뿐 중앙통제단은 정상적으로 가동됐다"고 반박했다.

◇ 중앙통제단 문건, 참사 이튿날 작성·결재
특수본은 지난 25일 소방청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참사 당일부터 중앙통제단 활동이 규정대로 이뤄졌는지, 활동 내역이 사실대로 기록·보고됐는지 확인 중이다. 특히 참사 당일 중앙통제단 구성·운영 계획을 담은 문건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중앙통제단이 제대로 꾸려지지 않았는데도 사고 직후부터 가동된 것처럼 문서가 허위로 꾸며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통제단장을 맡은 남화영(58) 소방청장 직무대리(소방청 차장)에게는 허위공문서작성 교사 혐의가 있다고 본다.
중앙통제단은 재난 상황이 발생할 때 긴급구조 등을 위해 소방당국이 꾸리는 임시 조직이다.

인근 시·도 인력을 동원하는 등 응급의료 자원을 총괄·지휘·조정·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중앙긴급구조통제단 운영계획' 문건을 보면 좌측 상단에 기안 날짜가 10월 29일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소방청 내부 문서관리 시스템에 기록된 실제 기안·결재 시각은 참사 이튿날인 10월 30일 오후 3시 28∼35분이다.

소방청은 사고 당일 오전 괴산 지진으로 꾸린 중앙통제단에 봉화 갱도 사고와 이태원 참사 수습 목적을 추가해 계속 운영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행정적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다.

기존 중앙통제단 운영계획 문건에 이태원 참사 이튿날 관련 내용을 더하면서 기안 날짜를 미처 수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건이 뒤늦게 생산된 이유는 결재자가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지휘하다가 이튿날 세종시에 있는 소방청으로 돌아가 결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사고 직후 24시간 가동되는 119상황실을 중심으로 조치하다가 세종시에서 서울로 현장상황관리관을 급파했다.

중앙통제단과 핫라인을 구축하는 과정 시간이 소요됐을 수는 있어도 구급활동은 제때 이뤄졌다"고 말했다.

문건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중앙통제단을 10월 29일 오후 10시 30분부터 운영한다고 돼있다.

확대해 구성된 중앙통제단 명의 첫 문건은 오후 11시50분께 구급차 90대를 동원하는 국가 소방 동원령 발령이다.
◇ 119 신고한 시민 2명 사망…"사망자 줄일 수 있었다"
특수본은 30일 휴대전화 통화내역 분석 등을 토대로 첫 119 신고가 들어간 이후인 오후 10시 42분과 11시 1분에 신고한 시민이 결국 사망한 사실을 공개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오후 10시 15분 참사 발생 이후에 계속적으로 사망자를 줄이고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본다"며 "사고 발생 우려가 현저하다고 보이는 시점부터 적극적으로 구조 활동을 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출범 이후 현장 상황을 재구성한 결과 구조 노력이 부족해 인명을 더 살려내지 못했다고 보고 소방당국의 사고 직후 대처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재난안전법에 규정된 긴급구조기관으로서 막대한 인명피해에 1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중앙통제단 구성과 관련한 수사도 이같은 책임 소재 가리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다만 허위공문서 의혹 수사가 참사의 실질적 원인·책임을 규명하는 데까지 나아갈지는 미지수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인 수사와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