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민단체 "강제징용 피해자 살아있을 때 사과·배상해야"

시민단체 47곳·개인 164명 공동성명…"징용은 식민지 지배하 인권 문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문제가 연내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시민단체들이 일본 정부와 기업에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일본 시민단체 '강제 동원 문제 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30일 도쿄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피해자가 살아있을 때 해결을, 지금이야말로 사과하고 배상할 때'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행동은 시민단체 47곳과 개인 164명이 동참한 공동성명에서 "한국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피해자의 의견을 들으면서 해결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관계 재단에 기금을 설치해 배상 지급을 대납시키는 안을 제시하고 일본에 성의 있는 호응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응답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과거 조선인 강제연행 소송에서 일본제철, 일본강관, 후지코시 등의 기업이 피해자와 화해해 금전을 지급한 사례도 있다"며 "과거 일본이 한반도 사람들에게 준 고통과 손해, 그 역사적 사실을 자각하고 반성한다는 입장에 선다면 한국 측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일본 정부와 관계기업은 식민지 지배 하 강제동원의 역사를 자각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해결됐다'는 자세를 고쳐 한국의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여 피해자 구제를 위해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양국 기업 등 민간이 조성한 재원을 가지고 한국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측은 재단 등 제3자가 대신 변제하더라도 피고 기업 측의 사죄와 재원 조성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이에 호응하겠다는 뚜렷한 의사를 보이지 않으면서 해결이 올해를 넘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중의원(하원) 의원인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은 행사에 보낸 메시지에서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로 열악한 환경에서 중노동, 학대 등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적지 않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일본의 침략 전쟁, 식민지 지배와 연결된 중대한 인권 문제로 일본 정부와 해당 기업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공정한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설가인 나카자와 게이 호세이대 교수는 토론회에서 "식민지 지배가 만들어 낸 차별적 구조를 대등한 관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전 피해의 배상과 사죄가 중요하다"며 일본 정부와 기업의 자세 전환을 당부했다.

외교관 출신인 도고 가즈히코 씨는 "한일 간 외교 교섭에서 외교관들이 51%를 상대국에 주고 자국은 49%를 얻는다는 양보하는 자세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문했다.요미우리신문은 전날 중국 인민일보를 인용해 "미쓰비시머티리얼(옛 미쓰비시광업)이 2016년 중국의 강제동원 피해 노동자와 체결한 화해 합의에 따라 현재까지 노동자 측 1천290가구에 약 25억 엔(약 240억 원)의 '사죄금'을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중국인 피해자 측과 화해할 때 강제 연행·강제 노동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며 그 증거로 피해자에게 1인당 10만 위안(약 1천800만 원)의 화해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