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살릴 '新무기'는 K콘텐츠…"OTT 시장 뒤집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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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오리지널 콘텐츠 발표월트디즈니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한국에 내놓은 건 작년 이맘때다. 글로벌 기업의 상륙 소식에 국내 콘텐츠 업체들은 전전긍긍했다.
내년 신작 중 韓 12편 '최다'
조인성 주연 '무빙' 500억 투입
"K콘텐츠 파워, 검증 끝났다"
넷플릭스와 싸우는 것도 버거운데, 그에 못지않은 거대 기업이 하나 더 들어오면 토종 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기우였다. 디즈니플러스는 1년이 다 된 지금 넷플릭스는 물론 티빙, 웨이브 등 토종 OTT에도 밀리는 신세가 됐다.디즈니는 해법을 찾기 위해 절치부심했고, 그 결과물을 30일 공개했다. 요약하면 디즈니만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대폭 늘리고, 그 중심에 한국 작품을 놓겠다는 것이다. ‘무빙’(500억원), ‘카지노’(200억원) 등 거액을 들인 ‘디즈니표 한국 드라마’가 내년부터 쏟아질 예정이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컴퍼니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사장(사진)은 이날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2’에서 “디즈니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한류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백년대계를 준비해 왔다”며 “앞으로도 아태지역에서 세계 최고의 이야기들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선 이달부터 내년까지 공개할 50여 편(극장 개봉작 포함)의 디즈니 작품이 소개됐다. 가장 중점적으로 다룬 건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다.이날 공개한 작품 가운데 한국 콘텐츠가 12편으로 가장 많았다. 가장 공을 들인 작품은 조인성·류승룡·한효주 등이 출연하는 ‘무빙’이다. 과거 비밀 요원이었던 부모들로부터 물려받은 초능력을 숨긴 채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내년 공개된다.
오는 21일 방영되는 ‘카지노’는 최민식이 25년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다. 카지노의 왕이 된 남자가 모든 것을 잃은 뒤 게임에 복귀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요즘 ‘핫’한 손석구도 나온다. 7일엔 정해인·고경표 주연의 ‘커넥트’가 공개된다.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 ‘커넥트’를 그린다.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글로벌 작품도 함께 공개됐다. 이정재가 출연하는 ‘스타워즈: 어콜라이트’는 내년 방영된다. 이정재는 영상을 통해 “디즈니 가족의 일원이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서준이 출연하는 ‘더 마블스’는 내년 7월 공개된다.데이터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디즈니플러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79만 명이었다. 넷플릭스(1136만 명)는 물론 티빙(430만 명), 웨이브(416만 명), 쿠팡플레이(354만 명)에도 밀렸다. 글로벌 OTT 시장의 위기가 심화하며 디즈니는 지난 3분기 OTT 사업 부문에서만 14억7000만달러(약 2조원) 손실을 냈다. 71세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유다.
디즈니가 부진을 타개할 해법을 한국에서 찾은 건 ‘K콘텐츠의 파워’는 이미 검증이 끝났다는 판단에서다. 디즈니가 올해 공개한 ‘빅마우스’ ‘사운드트랙 #1’ ‘인더숲: 우정여행’은 첫 주 만에 아태지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 톱3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작품의 인기를 기반으로 아태 콘텐츠 스트리밍 시간은 1년 전보다 8배 증가했다. 김소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대표는 “한국 콘텐츠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세계 무대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