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지면 뭐하나요"…중산층도 서울 아파트 못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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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7~8% 주담대 금리, 대출 어려워#. 30대 강모씨는 지난해에만 해도 집값이 내리면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살 생각이 싹 사라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8% 수준까지 치솟으면서다. 강씨는 "집값도 하락하고 규제도 풀리고 있지만 금리가 너무 높아 서울에 집을 마련하는 것은 어림도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집값 하락 우려 여전, 관망세 지속
서울에서 중산층이 아파트로 '내 집 마련'을 하기엔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고공행진 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을 때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불어난 탓이다. 게다가 시장에서는 집값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선뜻 집을 매수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2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주택구입잠재력지수(KB-HOI)는 2.5를 기록했다. 전분기 2.9보다 0.3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해당 지수 통계는 2009년 3분기부터 작성됐는데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수는 중위 소득 가구가 예금은행 가중평균 주담대 금리로 집값의 70%를 빌려 20년 만기 원리금 상환방식으로 월 소득의 33%를 대출 상환에 쓴다고 가정했을 때 살 수 있는 지역 내 아파트 재고량을 뜻한다.
지난 3분기 서울 아파트 100가구 가운데 중산층 가구가 이자 부담을 감내하면서 살 수 있는 아파트가 2.5가구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중산층이 살 수 있는 서울 아파트 재고량은 3분기 기준 3만4000가구다. 전분기(3만9000가구)보다 5000가구 줄었다.이 지수가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2015년 1분기(48.2) 기준 중산층이 구입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 재고량은 62만2000가구였다. 7년 만에 중산층이 살 수 있는 아파트 수가 19분의 1 토막이 났다.
문제는 금리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신한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5.28~7.805%다. 은행 자금 조달지수를 나타내는 코픽스(COFIX)는 지난 6월 1.98%였지만 이달엔 3.98%로 5개월 만에 2배가량 뛰었다.
예컨대 올해 1월 기준 4대 시중은행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연 3.75~5.51%로, 상단 기준 3억원을 35년간 원리금 균등으로 갚는다고 했을 때 월 상환금은 161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같은 조건으로 현재 금리 상단을 적용하면 월 208만원으로 1년 만에 실수요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40만원(29.19%) 급증했다.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규제 등이 풀렸지만 금리가 너무 높아 실수요자들이 망설이고 있다"며 "최근 문의를 하는 실수요자들과 얘기해보면 모든 얘기가 금리로 시작해 금리로 끝난다"고 했다.당분간 집값이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이 많지만,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금리 인상을 아마도 연 3.5% 안팎에서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연 3.2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인상할 수 있단 뜻이다.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집값은 조정될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며 "실수요자들이 선뜻 매수하지 않으려 한다. 당분간 지켜보는 분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한편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거래 절벽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416건을 기록했다. 직전 달 555건보다 100건 넘게 줄어든 수준이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거래를 기록했던 5월 1733건보다는 4분의 1토막이 났다.
실수요자들의 심리도 위축돼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1월 셋째 주(21일) 기준 67.9로 전주(69.2)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 11월 셋째 주(15일)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온 이후 54주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집을 살 실수요자보다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이 더 많단 뜻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