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스포크, 워드클라우드·감정분석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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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제조에서 벗어나 창조’, ‘표준화에서 개인화’
삼성전자, 개인 맞춤형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
취향 중시 트렌드 저격…‘선택권’ 소비자에게
소비자, 비스포크 콘셉트 잘 이해하고 우호적
삼성전자의 개인 맞춤형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가 추구한 차별화 전략은 이런 평가를 받는다. 각자의 취향과 경험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딱 맞는 브랜드 전략으로 꼽힌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타입, 소재, 컬러를 선택해서 맞춤형 냉장고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기존 가전 브랜드들은 소비자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하기 보다는 공통점을 가진 다수의 고객층을 공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프리미엄, 1인 가구, MZ세대 등과 같이 타깃 고객을 표현하는 말 역시 각자의 취향을 반영한 것은 아니었다.
■ ‘프로젝트 프리즘’의 결과물
비스포크는 백색 광선을 수많은 색상으로 투영해내는 프리즘처럼 소비자 한사람 한사람에 집중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맞춤형 가전 시대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 프리즘(Project PRISM)’이라는 비전하에 탄생했다.그 첫 번째 결과물이 비스포크 냉장고다. 1도어부터 4도어까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생애주기에 따라 더하거나 빼는 등 자유로운 조합이 가능하도록 모듈을 설계하고 다양한 색상과 재질의 패널을 선택해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 가전 제조업체가 생산, 물류, 수요 예측 등 여러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이처럼 제대로 된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는 쉽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도전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결국 비스포크 트렌드는 가전업계 뿐 아니라 모바일, 자동차, 가구 등 여러 업계로 확산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가전 제품 관련 워드클라우드 분석 결과를 보면, 비스포크가 출시되기 전인 2018년에는 스마트, IoT 등 혁신 기술과 관련된 키워드가 주였으나, 2020년 상반기에는 라이프, 트렌드, 디자인, 스타일 등의 이미지가 급부상했다”고 전했다.이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경우, 비스포크 브랜드에 힘입어 2022년 냉장고 판매량이 비스포크 출시 전인 2018년 대비 40% 이상 증가할 전망이고, 해외 진출 국가도 지속 확대돼 현재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판매중”이라고 덧붙였다.
■ ‘Be Yourself’에서 ‘BESPOKE’로
삼성전자는 이미 포화된 가전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가치를 전달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필요가 있었다. 소비자들의 로열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전 업체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맞춤형 가전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 갈 비스포크 가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시작했다.처음에는 획일화된 가전 제품이 아닌, 소비자 개개인이 나다운 것을 찾고 나답게 살아가는 공간과 생활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자는 의미에서 ‘Be Yourself’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이 바로 맞춤형 가전이라는 결론을 내고 최종적으로 브랜드 명칭을 ‘BESPOKE’로 결정했다.비스포크는 ‘되다(BE)’와 ‘말하다(SPEAK)’의 합성어다. 맞춤형 양복과 같이 주문 제작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브랜드 명칭의 여러 후보가 있었는데 비스포크가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맞춤형 가전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시장에서는 2020년부터 ‘가전을 나답게’라는 슬로건을 운영하며, 비스포크 가전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을 심플하게 표현해 소비자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 비스포크 브랜드, 성공 요인
‘차별화된 제품 콘셉트’는 비스포크 성공의 가장 큰 동력이다. 소비자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생애주기에 따라 다양한 타입, 재질, 색상을 선택하고 교체까지 가능한 맞춤형 가전이라는 콘셉트가 적중한 것이다.소비자들의 토털 인테리어에 대한 니즈를 적극 반영해 냉장고에서 식기세척기, 인덕션 등 주방가전은 물론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청소기 등 집안 전체를 비스포크 가전으로 맞출 수 있도록 지난해 ‘비스포크 홈’ 라인업을 완성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 올해는 MZ세대 지향이었던 기존 비스포크 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한층 품격있는 주방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비스포크 개념은 유지하면서도 소재와 기능을 더욱 고급화한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을 선보였다.인피니트 라인은 냉장고, 오븐, 인덕션, 후드, 식기세척기로 구성되며 특히 냉장고의 경우 알루미늄, 세라믹, 스테인리스 등 강한 내구성을 가진 소재와 함께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강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나다운 집’을 구현하고자 하는 열망과 비스포크 가전의 콘셉트가 맞아 떨어진 점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캠페인을 전개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냉장고 출시와 함께 서울 논현동에 ‘#Project PRISM’이라는 라이프스타일 쇼룸을 만들어 제품 체험 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워크숍, 쿠킹쇼, 콘서트 등을 진행해 비스포크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또는 문화로 인식되도록 유도했다.
■ ‘B플레이스’캠페인 … ‘비스포크 홈 메타’
비스포크 가전은 출시 초기부터 ‘가전을 나답게’라는 마케팅과 함께 소비자들의 일상에 깊이 파고들었다. 비스포크 가전이 일종의 라이프스타일로 여겨질 수 있도록 소위 ‘힙’한 장소(양양 서피비치, 프릳츠 도화점, 아난티 코브 이터널 저니 등)에 제품을 전시하는 ‘B플레이스’캠페인이나 아트페어나 인테리어ㆍ가구 전시회 등에 활발하게 참여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또 슈퍼픽션 캐릭터를 입히거나, 티보에렘, 알렉스 프로바 같은 국내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한 도어 패널을 선보이며 비스포크 가전의 예술적 가치도 높였다.
소비자들의 브랜드 관여도를 높이기 위한 ‘비스포크 디자인 공모전’도 한국에서 시작해 다양한 국가에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 6월 비스포크 출시 3주년을 기념해 가전 제품 최초의 대규모 팬파티를 개최하기도 했다. 용인 에버랜드에서 ‘썸머 바캉스’를 주제로 제품체험과 공연, 즐길거리 등을 결합한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이밖에 비스포크 가전을 가상 공간에서도 체험할 수 있도록 ‘비스포크 홈 메타’ 서비스를 출시해 자신의 집과 가장 유사한 공간에서 제품을 미리 조합, 설치해 본 후 구매를 결정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도 운영중이다.
■ IoT/AI 기술 적용 … ‘비스포크 팬덤’ 구축
삼성전자는 비스포크를 냉장고에서 시작해 주방 가전에 이어 가전 제품 전체로 확대해 집안 어느 곳에서나 맞춤형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앞으로 더욱 개인화된 경험을 강화해 나가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단순히 기능과 디자인을 차별화하는 것뿐 아니라 IoT/AI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 개개인의 일상에 맞춰 기기와 사용자간, 기기와 기기간 연동을 강화함으로써 보다 고도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스포크는 이전과 달리 소비자들이 비스포크 설치·사용 후기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상호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브랜드 성장을 이뤘다”며 “이처럼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공감이 형성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비스포크 팬덤’을 구축해 나가는데도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선임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하나의 제품으로 “모든 고객에게 서비스하겠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서비스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그만큼 마케팅은 서로 다른 고객의 니즈에 맞춘 차별화된 제품, 서비스를 전달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때 타깃의 범위를 얼마나 좁게 정의하냐에 따라 (1)매스마케팅, (2)세분화마케팅, (3)집중적마케팅(틈새마케팅), (4)개인화 마케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개인화 마케팅”은 극단적으로 한 명, 한 명의 서로 다른 니즈 “차이”에 집중한다. 궁극적으로는 개인별로 서로 다른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Individual marketing, micro-marketing, one-to-one marketing, customized marketing” 등의 용어로 부르기도 한다.
과거에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개인화 마케팅이 실현되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제조 기술,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 등의 발전으로 인해 개인화의 정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역시 가전 산업에서 개인화 마케팅을 추구하고 있다. 과거의 전자제품은 미리 생산된 몇 가지 제품 라인업 중에서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즉, 소비자의 서로 다른 니즈와 취향을 선택에 반영할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고객들의 니즈가 더욱 세분화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전제품에도 “개인화 정도”가 새로운 차별화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1인 세대라고 하더라도 연령, 집의 크기,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서로 다른 가전 제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최근 가전 제품의 경우 브랜드 간의 품질 차이가 더욱 줄어들었다. 이때 소비자들에게 개인화라는 “새로운 속성”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다.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어려울 때 기존의 주요 속성(가격, 품질, 소비 전력, 디자인, A/S 등)으로 어필하기 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속성이 소비자의 태도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전자 비스포크의 개인화 마케팅은 소비자가 가전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 집에서 제품을 ‘사용하는 순간’ 새롭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경험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다만, 제조업의 특성상 극단적으로 개인화된 제품을 제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개인화 수준이 증가하는 만큼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제품의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동안 개인화된 제품은 고가의 명품 브랜드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가전 제품에서 얼마나 디테일한 부분까지 “낮은 비용으로” 개인화를 실현할 수 있는지가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소비자들의 생각을 알고 싶은, 알아야 하는 학자와 마케터들로서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에 쏟아내는 텍스트 데이터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텍스트 마이닝이라는 분석기법을 활용하여 뉴스, 블로그, SNS 등에서 수집한 텍스트 데이터를 분석하여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블로그는 SNS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게 작성되므로 특정 이슈, 특정 브랜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이 풍부하게 표현되어 있어 유용한 자료이다. 대학원 제자와 함께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비스포크와 관련하여 작성된 네이버 블로그 글 5595개를 수집하여 비스포크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을 살펴보았다. 텍스트 마이닝을 통해 블로그 글에서 명사 99만8378개와 형용사 4만2900개를 추출하여 먼저 어떤 단어들이 많이 등장했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명사는 비스포크, 삼성, 냉장고 등이었으며, 이어서, 청소기, 식기세척기, 인덕션 등이 눈에 띄었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비스포크 홈’ 라인업을 완성한 것과 관련돼 보인다. 컬러, 맞춤, 선택, 디자인 등의 단어들도 자주 언급되었는데 ‘맞춤형 가전’이라는 비스포크의 콘셉트가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됐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형용사의 경우 예쁘다, 깔끔하다, 깨끗하다, 편하다, 새롭다 등과 같이 긍정적인 소비자 반응을 보여주는 단어들이 많이 나타났다.단어 빈도 분석에 이어, 텍스트에 어떤 감정이 담겨 있는지를 살펴보는 감정분석(sentiment analysis)을 실시해 보았다. 군산대소프트웨어융합공학과에서개발한 ‘KNU 한국어 감성사전’을 활용해 각 단어를 긍정, 부정, 중립 등 세 가지로 구분한 뒤, 블로그 글마다 감정 점수를 산출했다. 감정분석 결과, 명사를 기준으로 한 경우에는 전체 블로그 글 가운데 70.1%가 긍정적이었고, 19.2%가 부정적이었으며, 10.8%가 중립적이었으며 형용사를 기준으로 한 결과도 유사하였다.이러한 단어 빈도 분석과 감정분석 결과는 소비자들이 대체로 비스포크의 콘셉트를 잘 이해하고 있고, 비스포크 브랜드에 대해 우호적임을 보여준다. 한편으로 단어 빈도 분석에서 ‘안좋다’, ‘답답하다’, ‘귀찮다’ 등의 부정적인 단어들도 나타났는데 이러한 부정적인 소비자의 목소리와 블로그 글에 귀를 기울이고 개선점을 찾는다면 소비자들의 바램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브랜드로 또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