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이상 백신 접종률 90%' 중국, 위드코로나 수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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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매체 "오미크론 두려워 말아야"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가는 방안 중 하나로 초고령자 백신접종률 90% 달성을 내걸었다. 관영매체는 '오미크론 변이를 두려워 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봉쇄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자 중국 당국이 서둘러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방역담당 부총리는 제로코로나 언급 안해
백지 시위 직후 빠르게 태세 전환하는 중국 당국
"중국산 백신 고수 말아야"
2일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보건당국은 내년 1월까지 80세 이상 고령자의 90%에게 코로나19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1회 이상 맞은 대상자에게도 추가 1회 접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80세 이상 노년층 인구는 약 3500만명이다. 이들은 지난 28일 기준 76.6%가 1회, 65.8%가 2회 이상 접종을 마쳤다. 800만명 이상이 아직 백신을 한 번도 맞지 않은 상태다. 최근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 대부분이 80대 이상이라는 점에서 고령층 백신 접종률 제고가 위드코로나로 가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다.다만 중국의 고령자 상당수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다는 점이 접종률 제고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중국이 독자 개발한 백신만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전 미국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은 "고령층이 코로나19에 취약한데 효과가 낮은 백신을 고령층에게 맞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화이자, 모더나 등이 개발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은 예방률이 95%를 넘지만 중국산 백신은 70% 수준이다. 중국 푸싱제약이 화이자 백신 독점 도입 계약을 맺고 생산설비도 지어놨지만 당국은 2년 넘게 허가를 보류하고 있다.
이제와서 "오미크론 병원성 약해"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우한대 과학자들이 오미크론의 병원성이 코로나19 원형 바이러스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했음을 증명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 연구진의 실험에서도 이전에 유행했던 델타 변이에 비해 증상이 약하다고도 소개했다. 국내외에 이미 알려진 오미크론의 특성을 다시 언급하면서 "이는 우리가 오미크론에 겁먹지 말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고 주장했다.전날에는 인민일보도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 등에 비해 병원성과 독성, 중증 및 사망률이 현저히 낮다"며 "이는 오미크론의 특징일 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기존 백신은 오미크론 변이 감염으로 인한 중증 및 사망을 줄이는 데 여전히 좋은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영매체들의 보도는 백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한 직후인 지난달 29일 중국 국무원 코로나19 합동 방역 통제기구가 고령층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이후 나왔다. 중국 방역 사령탑의 발언에선 돌연 제로 코로나라는 용어가 사라졌다. 쑨춘란 보건담당 부총리는 전날 방역 전문가 8명과의 좌담회에서 "3년 가까이 전염병과의 싸움을 중국의 의료·건강·질병 통제 시스템이 견뎌냈다"며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병원성이 약해지고 있어 예방·통제 조치를 더욱 최적화하고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쑨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좌담회에서도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병원성 약화, 백신 접종 확대, 예방 통제 경험 축적에 따라 전염병 예방 및 통제는 새로운 정세와 임무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틀 연속 오미크론의 병원성이 약화했다고 언급한 반면, 제로코로나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중국은 그동안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사망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을 제로코로나를 유지하는 이유로 제시해 왔다. 쑨 부총리는 2020년 우한 봉쇄, 올해 상하이 봉쇄 등 강경한 방역 조치를 시행할 때마다 현장을 지휘한 인사다.
악화된 민심은 어디로
3년 동안 지속된 제로코로나 통제에 악화된 민심이 백지 시위로 표출되는 가운데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사망의 후폭풍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에 중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장쩌민 집권 시절에 대한 향수로 시진핑 주석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0일 사망한 장 전 주석에 대한 애도가 시 주석을 비판하는 플랫폼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플랫폼은 중국인에게 잠재적 집결점이 될 것이며, 이는 시 주석에게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천 강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부소장은 "장쩌민의 사망과 관련된 모임은 합법적이어서 허용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장쩌민이 현재 지도자와 대조될 것이고, 그건 현 정부에 대한 반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1989년 민주화 시위 당시 느슨한 대응을 이유로 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자리에서 쫓겨났던 후야오방이 사망한 사건이 중국 내 시위 격화로 이어졌고, 6·4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확산했다는 점에서 장쩌민 사망 애도 상황이 비슷한 경로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장쩌민은 1987년 공산당 13기 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중앙정치국 위원 겸 상하이 당서기로 선출됐다. 그는 불과 2년 후인 1989년 말 공산당 제13기 4중전회에서 당 총서기로 발탁됐다. 톈안먼 시위라는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당시 실권자 덩샤오핑이 내린 결정이었다.
장쩌민은 중국 안팎의 혼란을 극복하고서 중국의 개혁개방을 진두지휘하면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뤄내는 성과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국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장쩌민의 사망은 제로 코로나 정책과 경기 침체를 초래한 시진핑에 대한 불만을 자극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중국 당국도 대응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고 사법 통제기관인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전체 회의를 열고 시위를 적대세력의 침투 및 파괴 활동과 사회질서 교란 행위로 규정하면서 엄단 의지를 밝혔다.
1989년 민주화 운동의 주역인 왕단은 1일 일본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시위가 "새로운 '시위의 시대'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젊은 세대나 중산층이 정부에 만족해왔다는 말이 있었지만 이번 시위는 진실을 드러낸다"면서 "사실은 조화로운 사회가 아니라, 사회와 정부 사이에 이미 많은 갈등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왕단은 톈안먼 사태 때 베이징대에 재학 중인 학생운동가로 민주화 운동 일선에 참여했다. 5년간 투옥과 수감을 두 번 반복한 뒤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1980년대 후반의 정치적 분위기는 지금보다 덜 엄중했기 때문에 지금 시위하는 사람들은 그 세대보다 더 용감하다"고 말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