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LG생건 이어 11번가도…'여성 CEO' 잇따라 등판

유통가, 잇따라 신임 여성 대표 등장
LG SK 등 주요 4대 그룹 계열사서 첫 여성 CEO 나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요 4대 그룹 유통 계열사에서 첫 여성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했다. 여성 소비자의 입김이 센 유통가에서 향후 여성 CEO의 행보가 확대되는 '여풍'이 거세질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그룹에 이어 SK그룹 유통 계열사에서 첫 여성 전문경영인 CEO가 나왔다. 주요 4대 그룹에서 연이어 오너가 출신이 아닌 여성 CEO의 등판 사례가 나오면서 향후 산업계에 ‘유리천장’이 깨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사진=11번가
SK그룹 계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11번가는 운영총괄을 맡고 있는 안정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임 CEO에 내정했다. 11번가는 안 내정자를 첫번째 여성 CEO로 내정하며 안정은·하형일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안 내정자는 향후 이사회를 거쳐 하형일 사장과 각자 대표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야후코리아, 네이버, 쿠팡, LF 등을 거친 이커머스 서비스 기획 전문가인 안 내정자는 2018년 신설법인 출범 시기에 11번가에 합류했다. 11번가에서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라이브11', 동영상 리뷰 서비스 '꾹꾹'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올해 초 COO 취임 후에는 11번가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 마이데이터 서비스 '머니한잔' 등 신규 서비스 기획을 이끌었다. 안 내정자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라이브 커머스, 마이데이터 서비스 등 11번가의 장점을 극대화해 고객이 최상의 쇼핑경험을 얻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LG생활건강
지난달에는 LG그룹에 첫 여성 전문경영인 사장이 탄생했다. LG생활건강이 리프레시먼트(음료)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애 부사장(사진)을 사장으로 승진 내정하면서다. LG그룹 공채 출신인 이 사장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4대 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장급 대표가 된 첫 여성 전문경영인이기도 하다.

이 사장은 1986년 LG그룹 공채 출신으로 LG생활건강에 입사해 생활용품과 럭셔리 화장품 사업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쳤다. 2011년 생활용품사업부장 선임 후 시장 1위를 확고히 다진 성과를 인정받아 2015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맡아 '후' '숨' '오휘'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는 데 힘 쏟았다.

CJ올리브영 대표이사 자리는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선정 경영리더가 채우면서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가 등장했다. 또한 이선정 대표는 1977년생으로 그룹 내 최연소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사진=CJ그룹
또한 앞서 CJ그룹은 지난 10월 인사를 단행하면서 이선정 CJ올리브영 영업본부장을 CJ올리브영의 첫 여성 CEO로 등용했다. 이 대표는 1977년생으로 그룹 내 최연소 CEO이기도 하다.

이달 그룹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둔 재계 5위 롯데그룹에서도 신규 여성 CEO가 등장할 수 있을 지 관심사다. 롯데는 2018년 당시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롭스의 대표이사로 선우영 대표를 세우며 첫 여성 대표를 배출한 바 있다.

향후 오너가 출신 뿐 아니라 여성 전문경영인의 입지가 한층 넓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 500대 기업 CEO 659명 중 여성 CEO는 1.7%(11명)에 불과했다.오너 일가 중에서도 회장급은 지난달 인사를 단행한 신세계그룹의 이명희 회장이 유일하다. 부회장급으로는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있고, 사장급 경영인으로는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이 활약 중이다.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집계한 국내 100대 기업의 지난해 말 기준 여성 임원은 403명으로 전체의 5.6% 수준에 그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요 4대 그룹에서 여성 CEO가 나온 점은 주목할 만한 사례"라며 "주류 고객층이 여성으로 간주되는 유통 계열사 내에서도 보다 여풍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