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유통량, 위메이드 잘못" 지적에도…업비트로 화살 돌린 투자자들

'위믹스 지키기' 나선 투자자들
업비트 본사 앞에서 시위 열어

업계 "안타까워…스톡홀름 증후군 우려"
업비트 "위믹스, 임직원 중대 문제 연루"
2일 서울 강남구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건물 앞에서 '위믹스사태피해자협의체'가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 사진=조연우 블루밍비트 기자
상장폐지를 앞둔 위메이드의 코인 '위믹스(WEMIX)' 투자자들이 업비트 본사 앞으로 몰려 들었다. 위믹스의 상폐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실력 행사에 나선 것.

2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업비트 건물 앞에서 만난 위믹스 투자자들은 "재산상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면서 비난의 화살을 '유통량 허위공시'라는 원인 제공자 위메이드가 아닌 업비트를 비롯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로 돌렸다.

위메이드 "상폐는 업비트의 갑질" 프레임 먹혔나…업비트로 향한 투자자들

앞서 위메이드 측은 닥사가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결정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상폐는 비합리적 결정"이라며 "유통계획서를 갖고 있는 곳은 업비트 뿐인 만큼 업비트가 이 문제를 주도했다고 본다. 이는 업비트의 슈퍼 갑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위믹스 투자자들도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위믹스 사태 피해자 협의체'(이하 협의체)는 "위믹스 상장폐지는 우리가 선택하고 투자한 프로젝트의 사업적 실패에 기인한 것이 아닌 닥사라는 거대하고 새로운 자본권력의 독단적이고 비합리적인 전횡으로 발생한 납득 불가능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유튜버 코인구조대 김주창씨는 "정당성과 투명성이 훼손된 위믹스 졸속 상장폐지 결정으로 재산상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면서 닥사에게 위믹스 상장 폐지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2일 서울 강남구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건물 앞에서 '위믹스사태피해자협의체'가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 사진=조연우 블루밍비트 기자

업비트 "위믹스, 초과 유통량 심각…투자내역도 허위 기재"

이와 관련 업비트 측은 입장문을 통해 "위메이드가 제출한 유통 계획보다 초과된 유통량이 상당해 이 문제가 중대하다고 판단, 닥사와 논의를 거쳐 상폐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유통량 허위 공시, 수차례 유통량 변경, 위믹스 임직원 연루 문제 등 위메이드 측의 잘못을 꼬집었다.

업비트는 "위메이드가 10월 21일 이메일 회신을 통해 위믹스 약 1000만개를 초과 유통하고 허위 공시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위메이드는 '유통량 변경 시마다 공시가 필요한지 몰랐으며 담당자의 무지로 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설명했다.이어 "위메이드는 소명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데이터만을 제공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고 한 정황도 있었다. '코코아 파이낸스 담보 물량' 자료를 요청하자 위메이드는 10월 10일까지의 자료만 제출했다"며 "위메이드가 코코아파이낸스에 담보 예치하기 위해 위믹스를 전송한 10월 11일 이전의 데이터를 제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메이드 임직원이 연루된 중대한 문제를 확인해 이를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위메이드가 위믹스의 유동화 과정에서 위메이드 계열사간 자금 동원에 위믹스를 이용하고 정기보고서 상 투자내역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

업비트는 "위메이드는 이번 위믹스 사태와 관련 4대 거래소의 깊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임에도 불구, 업비트를 '갑질'로 비방하고 있다"며 "거래수수료 등 이익을 포기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뼈를 깎는 조치를 갑질로 폄훼했다"고 항변했다.

업계 "잘못 저지른 위메이드를 피해자인 투자자가 감싸는 기현상"

업계는 이번 시위에 대해 대체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잘못을 저지른 위메이드를 위해 피해자인 투자자들이 앞장서서 거리로 나온 장면이 아이러니 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A씨는 "투자자들의 화살이 위메이드가 아닌 거래소를 향했다. 스톡홀름 증후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이 인질범에게 동화돼 그들에게 동조하는 비이성적인 현상을 의미한다.

다른 관계자 B씨는 "투자자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결국 위믹스가 상폐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건 투자자이기 때문"이라면서 "어떻게든 자산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위믹스의 유통량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텔레그램 커뮤니티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운영자 변창호씨는 앞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진정한 투자자 보호 조치는 문제 있는 가상자산을 계속 상장시켜두는 게 아니라 상폐시켜 투자자와 거리를 두게 하는 것"이라며 "위믹스 상폐는 적절한 조치였다"고 진단했다.

위메이드, 위믹스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오는 7일 결론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제50부는 이날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 효력정지 가처분 심리를 열었다. 재판부는 오는 5일까지 양측으로부터 추가자료를 제출 받은 뒤 7일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양측에 요구한 자료는 △거래지원 계약 관련 정당한 해지 사유 여부 △위믹스의 중대한 유통량 위반 여부와 이유가 명확하게 소명됐는지 △거래지원종료 결정이 불공정 행위에 해당하는지 등이다.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오는 7일 위믹스의 최종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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