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황소의 발굽, 모래바람 일으킬까…'회복세' 황희찬 출격 기대감

오늘 운명의 포르투갈전…반드시 승리해야 16강 진출 가능
상대 수비진 뚫으려면 황희찬의 '파워' 절실
사상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벤투호에서 주축이라고 할 만한 선수 중 유일하게 아직 한 경기에도 못 나선 선수가 있다.불운의 주인공은 '황소'로 불리는 측면 공격수 황희찬(울버햄프턴)이다.

황희찬은 벤투호의 '보물'이었다.

2018년 8월 부임한 벤투 감독 체제에서 치러진 A매치 55경기 중 32경기에 출전해 7골을 터뜨렸다.유럽에서 승승장구했고, 지금은 '빅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뛰는 황희찬은 벤투호의 확실한 공격 옵션이다.

스피드와 결정력의 손흥민, 그리고 파워 넘치는 저돌적인 드리블을 갖춘 황희찬의 조합은 벤투호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벤투 감독은 주 포지션이 왼쪽으로 손흥민과 겹치는 황희찬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손흥민을 원톱으로 배치하는 '손톱' 전술을 쓰기도 했다.그만큼 황희찬은 벤투호에서 활용 가치가 높은 공격수다.

그런데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황소의 발굽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황희찬은 대회 조별리그 H조 1차전 우루과이와 경기에 선발 출전하지 못하고 한국이 0-0 무승부를 거둬 귀중한 승점 1을 따내는 장면을 벤치에서 지켜만 봤다.한국이 2-3으로 석패한 가나와 2차전에서도 황희찬은 벤치만 지켰다.

황희찬이 실전에 나서지 못한 건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꾸준히 잡지 못한 가운데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까지 겹쳐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현재 황희찬이 처한 상황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의 황선홍 현 U-23(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대표팀 간판 스트라이커였던 황 감독은 대표팀이 프랑스로 떠나기 직전에 치른 중국과 평가전에서 상대 골키퍼의 거친 태클에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황 감독은 대표팀과 동행했으나 끝내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귀국해야 했다.

황 감독은 이후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에 일조하며 지긋지긋했던 '월드컵 악연'을 끊어내고 명예롭게 은퇴했다.

프랑스 월드컵 때 황 감독은 30세였다.

지금 황희찬의 나이는 26세다.

황희찬이 기량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월드컵에 두어 번 더 나갈 기회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미래'만 기약하기에는 벤투호가 처한 상황이 너무도 궁박하다.

벤투호는 포르투갈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경우의 수'를 따져 16강 진출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안와 골절상을 입은 손흥민의 몸 상태가 여전히 정상이 아니어서 공격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져 있다.

가나전에서 조규성(전북)이 2골을 넣었고, 이강인이 '특급 패스 능력'을 증명해 보였으나, 이들만으로는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포르투갈의 수비라인을 뚫기가 버거워 보인다.
상대 수비진에 균열을 낼 수 있는 황희찬의 '파워'가 절실한 시점이다.

다행히 황희찬은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동료들과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하며 출전 기대감을 키웠다.

다만, 벤투 감독은 현지 시간으로 포르투갈전 전날인 1일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황희찬이 트레이닝을 하고는 있지만, 포르투갈전에 출전할지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황희찬의 출전 여부는 경기 날까지 24시간 동안 그가 과연 '정상 컨디션'에 도달할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팬들은 황소의 발굽이 포르투갈 진영에 '모래바람'을 일으켜주기를 간절하게 바란다.황희찬의 출전이 기대되는 한국과 포르투갈의 맞대결은 한국시간으로 3일 0시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