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불확실성 시대, 그린·디지털·공급망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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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퀀텀점프 위한 로드맵' 보고서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초(超)불확실성의 시대’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경제 전반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산업 트렌드는 △그린 △디지털 △공급망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 같은 트렌드를 감안할 때 미래 한국 무역을 이끌 7대 유망 성장동략산업으로는 △차세대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헬스 △전기차 △스마트그리드 △우주 △콘텐츠 등이 꼽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경제 퀀텀점프를 위한 차세대 무역성장 로드맵’ 보고서를 발간했다.
비대면 경제, 디지털전환 가속화
판매·마케팅·생산방식 디지털화
제조·서비스의 융합현상 빨라져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시도는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
역내 공급망 강화 방안 서둘러야
비즈니스 모델 바꿔버린 DX
연구원은 그린 부문의 탄소중립·자원순환은 불가피한 선택이며 저탄소 경제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어느 국가가 산업의 지속 가능 경쟁력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에 대한 대응을 넘어 이를 재생에너지 수소경제 스마트그리드 등 신산업 육성과 성장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특히 수소시장은 2030년까지 1억t, 2050년까지 5.5억t으로 연평균 9%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에너지로 환산했을 때 각각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3%(2030년), 18%(2050년)에 해당된다.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데이터·인공지능(AI) 등 디지털 핵심 기술을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 접목해 산업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고부가가치를 통한 혁신도 필요하다. 이른바 디지털 전환(DX)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경제 확산은 기업의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했다. DX는 단순한 디지털 기술의 적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연구원의 지적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강내영 무협 수석연구위원은 “DX는 디지털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의 총체적 변화”라며 “판매·마케팅·생산 방식의 디지털화로 제조·서비스 융합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0%가 코로나19를 계기로 DX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코로나19 팬데믹뿐 아니라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 위기를 경험한 세계 각국은 효율성보다 안정성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세계적인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글로벌 가치사슬을 정체되는 반면 안정적인 역내 공급망 강화 기조에 따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국가 간 경제블록화 및 가치사슬의 지역화가 부각되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보호무역주의와 가치사슬의 자국 내재화 등 효율보다 안정을 중시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뉴노멀’을 맞아 한발 앞선 글로벌 생산전략의 수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공급망 재편은 위기이자 기회
무협은 △그린 △디지털 △공급망이라는 핵심 트렌드를 감안해 △차세대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헬스 △전기차 △스마트그리드 △우주 △콘텐츠 등 한국의 7대 유망 성장동략산업을 제시했다. 산업 발전성과 시장 규모 및 수출 증감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했다.강 연구위원은 “2차전지, 전기차, 콘텐츠는 한국 기업들이 강점이 있지만 이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헬스, 스마트그리드, 우주는 중요한 유망 신산업이지만 아직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한 분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7대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정부가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적극 지원할 뿐 아니라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기술 확보를 위한 인재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시도와 기술안보 강화는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라는 것이 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공급망 재편의 흐름 속에서 중국 대만 아세안 등 역내(아시아권)뿐 아니라 미국 독일 등 선진 소비시장 및 기술 개발 거점국으로의 이전(니어쇼어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제조업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제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강 연구위원은 “전체 제조 과정에 걸쳐 서비스를 더하거나 신규 서비스를 파생시킴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생산 효율성과 이윤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위해 비즈니스 매칭·테스트베드 활성화, 원천기술·솔루션 개발 지원, 국제표준화 참여 및 통계 인프라 정비, 전문인력 양성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협은 “한국 무역은 취약한 제조업의 서비스화와 높은 중국 의존도가 리스크 요소”라면서도 “당면한 문제점에 대한 도전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것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