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62세 팝페라 여왕'의 넬라 판타지아…세월에 녹슬지 않은 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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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내한“넬라 판타지~아. 요 베도 운 문도 주스또~(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giusto)”
세라 브라이트먼 '크리스마스 심포니'
'타임 투 세이 굿바이' 열창에
2분 가까이 기립박수 이어져
이태원 참사 추모곡도 불러
의상만 8벌…다채로운 무대 선사
브라이트먼, 청중에게 "어메이징"
지난 3일 서울 화곡동 KBS아레나. 세라 브라이트먼의 청명한 고음이 울려퍼지자 객석에선 나지막한 탄성이 터졌다. 음계 하나하나를 짚는 듯한 섬세한 목소리에 일부 관객은 눈을 감았다. 노래 제목 그대로 ‘환상 속으로(넬라 판타지아)’ 빠져드는 듯했다.‘팝페라의 여왕’ 브라이트먼(사진)이 ‘크리스마스 심포니’ 공연으로 한국을 찾았다. 2016년 내한공연 이후 6년 만이다. 3옥타브가 넘는 음역대를 가진 브라이트먼은 클래식과 팝, 오페라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세계적인 크로스오버 가수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공연은 마치 여러 편의 짧은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다채로웠다. 브라이트먼은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Ave Maria)’로 1부 공연을 열었다. 이후 히트곡인 ‘넬라 판타지아’부터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네슨 도르마(Nessun Dorma)’, 팝그룹 아바의 ‘어라이벌(Arrival)’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소화했다. 2부에서는 ‘캐럴 오브 더 벨스(Carol of the Bells)’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캐럴로 공연을 채웠다.
총 20여 곡을 부르는 동안 브라이트먼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었다. 62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맑은 목소리로 완벽하게 고음을 소화했다. 팝이나 가곡을 부를 땐 청아한 미성이 돋보였고, 오페라를 부를 땐 풍부한 음색을 구사했다.이태원 참사 추모를 위한 곡 ‘자비하신 예수님(Pie Jesu)’도 별도로 준비했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으로 유명한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곡이다. 브라이트먼은 “크리스마스 시즌은 축제 분위기지만, 그 속에서 더 이상 우리의 곁에 없는 친구와 가족을 위해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다.
무대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브라이트먼은 곡의 분위기에 따라 흰색, 황금색, 검은색, 붉은색 등 총 8벌의 옷을 갈아입었다. ‘라 루나’를 부를 땐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거리는 숄을 걸치고 나타나 무대를 빙글빙글 돌았고, 경쾌한 음악의 캐럴을 부를 땐 위너 오페라 합창단과 함께 가벼운 율동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로 여왕의 무대에 화답했다. 강렬한 고음이 인상적인 ‘네슨 도르마’가 끝났을 땐 20초 넘게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2부의 마지막 곡인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가 끝나자 2분 가까이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열렬한 호응에 브라이트먼도 공연 중간중간 “어메이징 오디언스(Amazing audience)!”를 외쳤다.브라이트먼은 앙코르곡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해피 크리스마스(Happy Christmas)’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사전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크리스마스 시즌의 경쾌함과 연말의 쓸쓸함을 모두 아우르는 공연이었다. “우리는 음악 없이 살 수 없어요. 사람들에게 제 영혼과 목소리, 이야기를 들려주며 계속 소통할 거예요.”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