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투세 논란'이 억울하다는 민주당이 놓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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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과세 옹호하는 자기모순요즘 더불어민주당은 억울하다. 정권을 내주고 야당이 됐으니 갖가지 설움이 적지 않겠지만,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서는 유독 그렇다. 내지 않던 세금이 새로 부과되는 데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며 광화문으로, 여의도로 뛰어다니는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기가 찰 일이지만 민주당의 억울함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금투세만 조세정의, 납득 안 가
노경목 정치부 기자
이유는 이렇다. 우선 민주당 주장대로 금투세를 도입하고 증권거래세는 대폭 인하하거나 없애는 것이 조세정의에 맞는다. 수익을 낸 투자에 세금을 매기고, 손실을 보더라도 꼬박꼬박 내야 하는 거래세는 줄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 투자에서 얼마나 손해가 나건 수익을 낸 해외 주식 투자에 22%의 양도세를 부과하는 문제도 금투세가 도입되면 개선된다. 금투세 제도하에서는 국내외 주식 투자의 손익을 합산해 과세표준을 정한다.하지만 한발 물러서서 보면 민주당의 억울함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우선 금투세는 민주당이 그렇게 강조해온 평등이나 형평성의 가치에 위배된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제외하고 개인에게만 과세하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개인투자자는 주식시장에서 가장 약자다. 올 상반기만 해도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을 중심으로 기관이 5%, 외국인이 12.3%의 손실을 볼 때 개인은 15.6%를 잃었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도 다르지 않아서 작년 3분기 기관과 외국인은 나란히 7%의 수익을 올렸지만, 개인은 18%의 손실률을 나타냈다. 금투세 강행 주장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민주당의 정체성과 동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투세에 대해서만 유독 조세정의를 강조하는 것도 납득이 안 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주택 양도세제를 누더기로 만든 당사자가 민주당이다. 82.5%에 달하는 최고세율은 지구상 어떤 조세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민주당 주도의 부동산 세제 흔들기에 세무사들은 양도세 상담을 거부하는 절름발이가 됐고,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공무원들은 무력감에 시달렸다. 수익 없는 곳에 세금 매기는 증권거래세 문제를 제기하는 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는 옹호하는 모순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올해 종부세 과세 대상의 31.8%는 연 소득 2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지난달 자신의 SNS에 “세금에 대한 일관된 원칙 없이는 정의도 진보도 없다”고 썼다. 동의한다. 민주당은 금투세 논란에 억울함을 느끼기에 앞서 조세 전반에 대한 일관된 원칙을 정립하고, 다수당으로서 스스로 무너뜨려온 조세정의를 일으키는 데 먼저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