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하노이를 대표하는 반트리CC [베트남 명문 골프장을 찾아서]

반트리 골프클럽은 ‘물의 도시’ 하노이를 대표하는 명품 골프장이다. 광대한 호수(약 35㏊)의 물길을 따라 아름답게 꾸며진 18홀은 사철 아름다운 꽃들로 꾸며진 정원을 연상시킨다. 반트리CC의 명성은 이곳만이 가진 ‘유일무이함’으로 인해 배가된다. 하노이 유일의 멤버십 클럽으로 회원과 그의 동반자가 아니고선 방문 자체가 어렵다. 하노이 주재원들도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골프장’으로 꼽을 정도다.

일명 ‘번찌’로도 불리는 반트리CC의 코스 루트는 한국에선 좀처럼 비슷한 유형을 찾기 어려울 만큼 독보적이다. ‘가든형 코스’로 분류할 수 있기는 한데, 인공으로 조성한 작은 연못이 대부분인 한국의 가든형 코스와는 완전히 다르다. 동네 어민들이 배를 띄우고 물고기를 잡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호수 위에 흙을 쌓고, 나무를 심어 코스를 만들었다.
코스 언듈레이션이 거의 없어 언뜻 보면 쉬워 보이지만, 자칫 얕봤다간 큰코다칠 정도로 홀마다 ‘트릭’이 숨겨져 있다. 그린 앞 양쪽으로 둔덕을 만들고 그곳에 깊숙한 벙커를 만들어 놔 굴러서 요행히 그린 위에 올라가는 일이 없도록 만든 홀이 대표적이다. 평평한 지형에서 미묘한 높이의 차이만으로 코스 공략의 묘미를 살린 사례다. 페어웨이 중간에 숲을 만든 곳도 있다. 숲 양옆으로 티샷을 보내놔야 세컨드 공략이 가능한 홀이다. 그린은 한국 기준으로 2.7~2.9m를 늘 유지한다.

반트리CC는 2006년 9홀 오픈을 시작으로 2007년에 나머지 9홀을 완성해 정식 개장했다. 미국의 골프 코스 설계자인 피터 루소가 디자인했다. 총면적 128㏊ 규모로 최근엔 35채의 고급 빌라를 지어 베트남 최상위 부자들에게 ‘완판’했다. 반트리CC가 위치한 동안 현은 하노이의 젖줄인 홍강과 가까워 ‘베트남의 분당’으로 변모할 것이란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15분, 하노이 시내 롯데호텔까지 30분 정도면 닿을 수 있어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다.

베트남엔 현재 약 60곳의 골프클럽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 인구는 대략 10만명 수준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베트남에서도 골프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노이의 시푸차라는 대형 아파트 밀집 단지에 있는 골프 연습장은 주말이면 1시간 대기가 걸릴 정도다. 연습장 내엔 데이비드 레드베터 레슨센터까지 입점해 있다. 베트남 부유층의 자제들이 미래의 ‘VPGA’ 선수를 꿈꾸며 맹연습 중이다.반트리CC는 급성장 중인 베트남 골프 산업과 미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하노이 최초는 동모CC이긴 하지만, 수익성을 감안하지 않고 ‘멤버 온리(only)’로 운영하는 등 회원제 골프클럽의 원칙을 제대로 지킨 곳은 반트리CC뿐이다. 아난티, 반얀트리 호텔에서 경력을 쌓은 찰리 남궁 반트리CC 이사는 “회원 중 약 80%가 베트남 회원”이라며 “워낙 오래 회원으로 있다 보니 요즘은 2세로 회원권을 넘기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반트리CC가 오랫동안 하노이 최고의 명문이라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오랜 투자의 결과다. 2020년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는데 그전까진 적자를 면치 못했다. 회원권 판매와 분양 수익 등으로 반트리CC의 운영사인 노블은 일찌감치 투자분을 회수했지만, 골프장 운영에선 손해를 감수하고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클럽하우스의 베트남 정찬 코스는 반트리CC가 골프장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노블은 랑(Lang, 베트남어로 마법이라는 의미)이라는 레스토랑 브랜드를 만들어 클럽하우스에서 제철 베트남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다. 베트남 요리에 많이 들어가는 각종 허브와 야채들을 직접 키울 정도로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남궁 이사는 “조만간 랑 서울점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랑에서 만든 치즈 케이크는 신라호텔 제품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맛있다.
반트리CC 운영사인 노블은 베트남 투자 개발 법인으로 빌라 에버뉴 반트리라는 고급 빌라 단지 개발 및 분양 사업을 비롯해 교육, IT,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기반을 갖고 있다. 콩코디아 인터내셔널 스쿨을 유치한 곳도 노블이다. 최근엔 베트남의 아잉 뚜 스튜디오, 배드 클레이 디자인과 손잡고 한·베 합작사를 만들었다.

AIOI 스튜디오라는 합작사는 컴퓨터 그래픽(CG) 미디어 사업에 특화된 회사다. 넷플릭스의 인기 작품인 ‘지금 우리 학교는’, ‘썸바디’, ‘종이의 집(한국 버전)’ 등의 CG 작업을 맡았다. 올해 2월 외국인 투자 기업으로 사업 승인을 받아 호찌민시를 근거지로 삼아 활동을 펼치고 있다.오는 19일엔 반트리CC에서 ‘오프닝 프리젠테이션’을 열 예정이다. 한국의 대표 가상 인간 루지와 베트남의 가상 인간이 함께 등장하는 특별한 이벤트도 펼쳐졌다. 김준기 반트리CC 사장은 “그동안 한·베 간의 협력은 제조업 중심이었다”며 “베트남이 강점을 갖고 있는 IT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양국 간 새로운 협력의 지평을 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노이=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