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한 번 겨뤄볼 만하다"…10년 만에 도쿄 앞선 서울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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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보다 비싼 서울(下)서울의 도시 경쟁력이 비용 측면에서 도쿄에 밀리기 시작하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일본과 한 번 겨뤄볼 만하다'는 지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엔은 세계 주요도시의 금융 중심지 경쟁력을 글로벌금융센터지수(GFCI)라는 이름으로 매년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다.가장 최근(2022년 9월) 조사에서 서울은 11위로 16위에 그친 도쿄를 눌렀다.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서울의 순위가 도쿄를 앞선 것은 2012년 9월 이후 두번째다. 도쿄는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20년 3월 순위가 3위까지 오르면서 홍콩을 위협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순위가 급락했다. 지엔은 "일본 정부가 2년 넘게 실시한 외국인 입국규제가 순위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지난 10월부터 외국인 입국규제를 전면 폐지했다. 다음 조사부터는 서울이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주요 항목별 순위에서 서울은 인적자본, 인프라, 금융업 발전도 등 3개 항목에서 5위 안에 들었다.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 싱가포르와도 붙어볼 만한 순위다.GFCI는 핀테크(금융기술) 순위도 발표한다. 서울은 14위로 25위에 그친 도쿄를 멀찌감치 제쳤다. 19위인 부산도 도쿄를 앞섰다. 다만 정보기술(IT) 강국임을 자랑하는 한국이 디지털 후진국 도쿄에 앞선 걸 기뻐할 때는 아니라는 평가다. 서울은 핀테크 경쟁력에서 중국의 주요 도시들에 완패했다.외국인이 활동하기 좋은 나라의 순위에서도 한국은 일본을 앞서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CED)는 2019년 기회의 질, 급여와 세제, 미래 전망, 가족의 생활 환경, 기술 환경, 사회의 관용도, 삶의 질 등 7개 분야의 평가를 종합해 '인재유치지수'를 발표했다.석박사 이상의 고학력자와 기업인, 유학생 등 세 부류로 분류해 순위를 매겼다. 한국은 고학력자와 기업인, 유학생 모든 분야에서 일본을 근소하게 앞서며 아시아 지역 1위에 올랐다.일본은 치안과 공교육 레벨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사회의 폐쇄성, 경영진의 무능력과 국제경험 부족, 언어장벽 등이 약점으로 꼽혔다. 특히 디지털분야의 인재부족은 심각한 상황으로 지적됐다. 이 순위표를 받아든 일본은 "세계적으로 점점 치열해지는 IT 인재 쟁탈전에서 뒤질 판"이라며 위기감이 상당하다.2020년 일본의 실질임금(구매력평가기준)은 평균 3만8000달러로 1위인 미국의 56% 수준에 불과하다. "물가는 싸지만 그만큼 급여도 짜서 IT 인재 획득에 불리하다"는게 OECD의 평가다.한국도 일본을 앞섰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최근 IT 인재 쟁탈전은 전세계 기업들이 벌이는 경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1~2위를 겨루는 경쟁에서 아시아 1위는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인재유치지수가 중위권이라는 점에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과 일본의 인재유치지수는 0.5 안팎인데 상위권 국가들은 0.6을 웃돈다.주요국들이 인재유치지수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수가 높을 수록 생산성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인재유치지수가 0.63인 스웨덴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70.3달러로 일본(47.4달러)보다 50% 높다.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도의 기능과 지식을 가진 이민자 비율이 1%포인트 늘면 미국 도시지역 대졸자의 임금은 7~8%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글로벌금융센터지수 10년만에 도쿄 앞서
인적자본·인프라 등은 홍콩·싱가포르와도 해볼만
인재유치지수에서도 한국, 아시아 1위
"일본 앞선데 만족하지 말고 세계와 경쟁해야"
도쿄보다 비싼 서울(上~下)에서 살펴본 순위표를 종합하면 사업 환경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경쟁력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무실 임대료와 주재원 파견 비용 등 초기 투자 비용과 현지 직원의 업무 의욕 및 만족도 면에서 한국은 일본에 뒤지거나 더 불리한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한국과 일본이라는 선택지를 놓고 아시아 지역에 진출하려는 기업의 경영자나 해외 근무를 고려하는 인재는 한국을 선택할까. 답이 '아니오'라면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위기에 빠졌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