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디즈니도 반했네…영화 '아바타' 감독 '더현대서울' 찾는다

더현대서울이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기존 백화점을 넘어 콘텐츠 마케팅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현대서울을 무대 삼아 아이돌 데뷔부터 신차 전시, 할리우드 영화 홍보까지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오프라인 유통 공간의 시대가 저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백화점이 나아갈 길을 새롭게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현대서울에 꽂힌 디즈니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영화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을 연출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오는 9일 한국을 찾아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토크콘서트를 연다.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감독이 신작 개봉을 앞두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로 백화점을 선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오는 14일 개봉 예정인 아바타2는 지난 25일부터 더현대서울 1층에서 팝업스토어 행사도 열고 있다. 아바타의 배경인 판도라 행성을 콘셉트로 꾸민 이 공간에선 체험형 미디어아트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월트 디즈니 측에서 현대백화점에 먼저 관심을 보여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디즈니와 함께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팝업 스토어를 준비했다.

더현대서울은 최근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8월엔 인기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데뷔를 기념한 팝업 스토어가 더현대서울에서 열렸다. 뉴진스의 굿즈 등을 판매한 이 공간엔 3주일간 약 2만여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현대자동차의 신차 '아이오닉6'를 수도권 소비자들에게 처음으로 공개하는 행사도 더현대서울에서 열렸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 1층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으로 따로 빼서 운영하고 있다. 이 자리에 유명 브랜드를 입점시키면 고정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지만 현대백화점은 매출 대신 콘텐츠를 택했다.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서울 1층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은 화장품 매장 10개를 운영할 수 있는 규모"라며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다른 곳에선 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콘텐츠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더현대서울과 협업을 원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더현대서울 1층 팝업 스토어 전용 공간은 내년 8월까지 예약이 밀려 있는 상황이다.

물건이 아닌 콘텐츠 판다

'물건이 아닌 콘텐츠를 판다'는 더현대서울의 새로운 전략은 2030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더현대서울의 전체 고객 중 20대와 30대 소비자 비중은 각각 25.8%, 39.5%에 달한다. 2030 소비자 비중이 65%를 넘어선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2030 소비자를 오프라인 백화점으로 불러들인 데는 콘텐츠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더현대서울은 '오피스 상권인 여의도에선 백화점이 흥행하기 어렵다'는 편견도 깼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더현대서울은 개점 1년 만에 매출 800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백화점 개점 첫해 매출 신기록이다. '에루샤'로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 브랜드 없이 거둔 성과다.
백화점업계에서 상징적인 의미인 '1조 클럽' 가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매출은 9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현대서울은 다른 현대백화점 점포와 달리 온라인 매출이 없다. 온라인 판매를 하거나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으로 사용하는 매장에 브랜드를 유치했다면 올해도 매출 1조원 달성이 충분히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경영진은 이처럼 수치로 나타나는 성과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콘텐츠 경쟁력을 쌓는 데 집중했다. 더현대서울은 콘텐츠 경쟁력을 기반으로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명품 브랜드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소속 디올 매장이 더현대서울에 문을 열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