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덕에 얻게 될 미래, 비트코인의 운명은[한경 코알라]

백훈종의 알쓸₿잡
12월 5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무료 구독신청 hankyung.com/newsletter지난주 트위터 커뮤니티가 한바탕 떠들썩했다. ‘챗GPT(ChatGPT)’라는 AI 채팅 서비스 때문이다. 챗GPT는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샘 알트만 와이콤비네이터 창업자,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등 실리콘밸리 내 유명 기업가들과 함께 투자해 설립한 AI 연구기관 ‘오픈 AI(Open AI)’에서 지난달 공개한 실시간 대화형 AI 서비스다. 정식 제품을 출시하기 전 자사 웹사이트에 올린 무료 시제품임에도 일주일 만에 10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몰렸다고 한다.

챗GPT는 이용자와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일종의 AI 챗봇이다. 오픈AI에서 2020년에 출시했던 AI 모델인 GPT-3의 단점을 보완한 GPT-3.5 모델을 사용했다. GPT-3는 2020년 출시 당시 거의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이해력과 문장력을 갖춘 글을 선보여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었다. 인기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GPT-3에게 ‘사피엔스’ 10주년 판 서문을 작성하라고 시켰더니 자신이 직접 썼다고 해도 믿을 만큼 수준 높은 글이 나와 깜짝 놀랐다고 한다.

GPT-3.5는 이전 모델과 성능 면에선 큰 차이가 없지만 기계다움이 훨씬 덜 하다는 특징이 있다. 거의 인간과 실시간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자연스러운 답변을 해준다. 대화를 나누던 도중 맥락에 맞지 않거나, 어색한 회피성 답변을 보이던 기존 챗봇과는 달리 챗GPT는 AI의 대답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결과물들을 내보낸다. “네가 구글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구글을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작지만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바탕으로 대화형 검색 경험을 원하는 이용자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너스레를 떠는 식이다. 이 정도면 대기업 채용 면접에서 나온 우수 답안이라 해도 충분할 만큼 그럴듯한 답변이다. 참고로 챗GPT는 사용자와의 이전 대화를 기억하고 있다가 다음 답변에 적용하기 때문에 정말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특징이 있다.챗GPT가 본격적으로 널리 쓰이게 되면 우리 인간의 삶은 이전과 어떻게 달라질까. 아마 우리가 평소에 수행하고 있는 많은 일들이 AI에게 이관될 것 같다. 간단한 공문이나 이메일을 작성하는 일,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컴퓨터 코드를 만드는 일, 마케팅에 쓰이는 간단한 이미지를 만드는 일 등은 이제 사람보다 AI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해낼 것이다. 공장 설비에서 기계가 도맡아 하는 일이 늘어나며 관련된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졌듯이, AI의 확산은 많은 직업을 사라지게 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 크몽과 숨고에 등록된 수많은 단기 아르바이트, 특히 컴퓨터 코딩, 디자인, 번역, PPT 작성 등을 전문으로 해주는 프리랜서들은 AI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AI는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며 한 번에 수만 가지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기 때문에 속도와 가성비 면에서 인간보다 훨씬 뛰어날 수밖에 없다. AI가 진화할수록 점점 인간의 노동력을 완전히 대체하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AI가 가져다줄 자유


인간은 결국 AI에게 정복당하고 말까. 육체를 쓰는 노동은 로봇에게, 머리를 쓰는 일은 AI에게 대체된다면 인간이 활동할 영역은 과연 어디인가. 챗GPT의 등장에 트위터 커뮤니티가 뜨겁게 반응한 이유는 그것이 내뱉는 답변이 놀랍고 신기했기 때문도 있겠지만, 아마 궁극적으로 이 기술이 과연 어디까지 자신이 평생에 걸쳐 구축한 ‘전문성’을 대체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것을 이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내가 이용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 것이 아닐까.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이 가진 본성 중 하나이다.그렇다면 AI가 두려움의 대상인지 알아보기 위해 잠시 지난 역사를 돌아보자. 인류 문명의 발전은 언제나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해왔다. 증기기관과 철도의 발명은 물류의 장거리 이동을 가능케 해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회를 만들었으며 자동차와 비행기의 발명은 여행과 이주의 자유를 불러왔다. 인류의 삶이 지속해서 개선되기 위해 기술 발전이 중요함을 알았던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말을 1942년에 만들어 냈다. 기술 발전에 있어 경제가 얼마나 잘 적응해 나가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개념이다. 그는 ‘기술혁신’으로서 낡은 것을 파괴, 도태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 기업경제의 원동력이며, 이윤이란 바로 이 ‘창조적 파괴’를 이끈 기업가의 정당한 노력의 대가라 했다.
조지프 슘페터가 주장한 파괴적 혁신에 따른 비즈니스 사이클 / 출처: Edelson Institute
기업이 혁신적인 기술을 만드는 이유는 고객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창조적 파괴’에 의해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간은 더 많은 자유시간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AI의 대중화도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들을 AI에게 맡겨 얻게 되는 좋은 의미의 자유시간도 있겠지만, 나보다 일을 잘하는 AI 때문에 직업을 잃고 강제적으로 자유시간을 얻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AI가 인류에게 던져준 숙제는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앞으로 더욱 늘어날 자유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지식과 지혜의 차이


사람들은 흔히 성공하려면 높은 IQ와 지식수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효율성과 결과를 중시하는 사고가 현시대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성공한 삶을 위한 필수요소는 지혜이지 지식이 아니다. 나는 명문대에 진학하여 높은 수준의 고등교육을 받지 않았는 데도 성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그들과 대화해보면 똑똑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굉장히 지혜롭다는 생각이 든다. 지식과 지혜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두 단어의 사전적인 해석을 찾아보면 아래와 같다.
지식(Knowledge):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
지혜(Wisdom):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히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
높은 수준의 IQ를 지닌 사람들 사이에는 매우 큰 폭의 개인차가 존재한다. 일부는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결정을 하지만, 다른 일부는 오직 목표를 달성하는 데만 관심이 있어 다른 요소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일부는 자신의 지식을 이용하여 악의를 가지고 사람을 이용하거나 상황을 조작하는 데 쓰기도 한다. 따라서 지식은 누가 사용하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온다.

반면 지혜는 선량함과 깊은 관련이 있다. 지혜는 인생과 매 순간순간, 그리고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과 견해를 제공한다. 자신을 포함한 타인의 행복을 향상할 수 있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를 위한 제일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지혜이다. 똑똑한 사람이 돈을 벌 수는 있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자신이 행복한 만큼 남도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이다.

인생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도 늘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아이큐가 높은 이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내성이 약한 편이다. 자신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으므로 무언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쉽게 좌절하고 만다. 이 부분에서 바로 지혜로운 사람과 단순히 지능이 높은 사람의 차이가 더욱 드러난다. 지혜로운 이들은 예기치 못한 일을 더욱더 잘 받아들일 힘이 있다. 그들은 잠시 사태의 흐름을 관찰하며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관찰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AI의 대중화로 인해 좋든 싫든 자유시간이 더욱 늘어나게 되면 인간은 그 시간을 지혜를 쌓는 데 활용해야 한다. 공자는 지혜를 얻는 데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 사색에 의한 것으로, 가장 고상한 방법이다. 둘째, 모방으로 가장 쉬우나 만족스럽지 못한 방법이다. 셋째, 경험을 통해 얻는 것으로, 가장 어렵다.” 사색과 명상은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절대 가질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세상의 다른 사람들처럼 서두르지 않고 잠시 멈춰 서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가지자. 그칠 새 없이 바쁘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직장에서 승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지혜로운 사람이 되게 해주지는 않는다. 대신 멈춰 서서 느긋한 관점이 당신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무엇이 나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최선의 길이고, 나아가 내 주변과 세상까지 이롭게 하는 길인지 고민해 본다. 이런 사색을 통해 얻은 지혜는 당신을 AI와 경쟁하는 위치가 아닌 AI에게 명령을 내리는 주인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비트코인과 낮은 시간선호


인류에게 더 많은 자유시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은 AI와 닮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트코인이 화폐로 쓰이는 세상과 지금처럼 신용화폐가 화폐로 쓰이는 세상을 비교해 보자. 지금은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독점하는 인플레이션 세상이다. 인플레이션 세상에선 화폐가 무한대로 발행되고 그만큼 화폐의 가치, 즉 구매력은 점점 떨어진다. 20년 전엔 3000원에 사 먹을 수 있었던 짜장면 한 그릇이 요즘은 6000~7000원씩 하는 이유다.

지금 내 손에 쥐어진 화폐의 가치가 시간이 갈수록 낮아진다면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것보다 지금 써버리는 게 이득이다. 이런 환경은 사람들을 쓸데없이 과소비하게 만들고 코인, 주식, 부동산 등 위험한 투자에 내몬다. 그렇다고 소득을 차곡차곡 은행에 저축하는 게 그다지 바람직한 방법도 아니다. 은행은 물가상승률도 못 미치는 이자를 지급하고 예금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므로 은퇴 후 노후의 삶이 그리 넉넉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반면 비트코인이 화폐로 쓰이는 세상은 디플레이션 세상이다. 매년 발행되는 화폐의 수량이 정해져 있고 갈수록 줄어들기까지 하므로 화폐의 가치, 즉 구매력이 상승한다. 매달 월급 통장에 똑같은 액수가 찍히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월급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종류는 더 많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아무 데나 돈을 쓰기보다는 소비를 위한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것이 이득이다.

여기선 물건값이 계속해서 내려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노후 자금을 모았으면 빨리 은퇴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세상에서는 저축만 해서는 풍족한 노후를 즐길 수 없으므로 위험한 투자를 단행하거나 더 오래 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세상에서는 굳이 은행에서 이자를 받거나 투자를 통해 추가 수익을 내지 않아도 화폐가치의 상승만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의 부를 이룰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일찍 은퇴하여 남는 시간을 가족과 주변을 돌보고 건강을 챙기는 등 돈을 버는 것보다 의미 있는 일에 쓸 수 있다. 이는 물론 지혜로운 사람이 될 기회도 커짐을 의미한다.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커다란 지혜다. 비트코인을 꾸준히 모으는 행위는 지금 당장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것보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낮은 시간선호’를 실천하는 것이다. 낮은 시간선호는 단순히 돈을 아껴 쓰는데 국한되지 않는다.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것보다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직접 요리해 먹으면 건강해진다. 애인과 다퉜을 때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대충 화해하는 것보다 편지를 쓰거나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여 진심을 전하면 다투기 이전보다 사이가 더 돈독해질 것이다.

AI와 비트코인이 가져다줄 자유시간은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진정한 행복을 이룰 기회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말하지 않았던가! “행복은 삶의 의미이며 목적이고, 인간 존재의 궁극적 목표이며 지향점이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