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왕세자, CS 최대주주 등극하나…5억달러 투자

CS퍼스트보스턴에 5억달러 투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신용위기에 빠진 크레디트스위스(CS)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CS의 투자은행(IB) 부문에 5억달러(약 6456억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밥 다이아몬드 바클리즈 전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CS의 새로운 투자은행인 CS퍼스트보스턴에 10억달러(1조 3000억원)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중 5억달러를 빈 살만 왕세자가 내놓을 예정이다.앞서 빈 살만 왕세자는 CS를 간접적으로 지원해왔다. 지난 10월 CS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확충할 때 사우디 국립은행(SNB)이 15억스위스프랑(약 2조 800억원)을 투자했다. 지분 9.9%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가 됐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사우디 국립은행의 대주주다. 빈 살만 왕세자도 SNB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CS퍼스트보스턴의 CEO 내정자인 마이클 클라인을 지원하기 위해 투자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시티그룹에서 23년 동안 기업금융을 도맡아 온 클라인은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의 기업공개(IPO)에 자문역을 맡아 빈 살만의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CS퍼스트보스턴은 크레디트스위스가 인수합병(M&A), 기업금융 부문을 분할해 설립한 투자은행이다. 계속된 적자와 ‘아케고스 사태’ 등으로 인해 50억달러 손실을 내며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되살리려는 전략이다.WSJ은 “CS가 IB 부문을 분사하면 대차대조표가 깨끗해지고 광범위한 손실과 법적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회사 분할 과정은 꽤 길어질 거란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악셀 레만 CS 이사회 의장은 CS퍼스트보스턴을 완전히 분사하는 데 2년이 걸린다고 밝힌 바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