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에 '진심'인 SK바이오팜…웨어러블 기기 상용화 일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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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2~3년 내 목표뇌전증 발작을 감지 및 예측하는 착용형 기기(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 중인 SK바이오팜이 내년 초 국내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르면 2~3년 내 상용화해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와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SK바이오팜은 이 기기를 이용해 이달 2~6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에서 열린 뇌전증학회에서 총 3723시간 동안 1686건의 발작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고 5일 밝혔다. 뇌전증 관리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SK바이오팜 관계자는 “김헌민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연구팀이 해당 디바이스를 이용해 9~27세 뇌전증 환자 14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며 “이 기기는 8시간 이상 연속으로 뇌파를 측정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서버로 실시간 전송해 뇌전증 발작 연구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전증 발작은 예측이 어렵다. 때문에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작이 일어나면 환자가 위험할 수 있다. 혼자 있을 때 전신발작이 일어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SK바이오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로 글래스’와 ‘제로 와이어드’는 뇌파와 심전도, 환자의 움직임 등 복합적인 생체신호를 감지해 뇌전증 발작을 감지 및 예측한다. SK바이오팜은 이 기기들로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CES 2023 혁신상'을 받았다. 아직 당국에서 허가받기 전이기 때문에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CES에서는 시제품 형태로 전시될 계획이다.SK바이오팜에 따르면 현재까지 뇌파를 이용해 뇌전증을 예측하는 웨어러블 기기는 상용화되지 않았다. 미국 엠파티카의 스마트워치 ‘임브레이스’에 뇌전증 발작을 감지하는 역할이 있긴 하지만 피부의 전기저항 변화 등을 이용하고, 뇌파를 활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향후 임상 계획에 대해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국내 임상 착수를 준비 중”이라며 “미국 임상 등 글로벌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다만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제로 글래스, 제로 와이어드의 임상은 내년 초 국내와 미국에서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디지털 치료제(DTx) 시장 규모, 그리고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 미국 매출을 고려할 때 미국은 배제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새로 취임한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 밝은 사람”이라며 “(미국에 진출해) 뇌전증 발작 감지 의료기기와 세노바메이트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지 않겠나”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2020년부터 미국에 직접 판매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의 지난 3분기 미국 매출은 474억원이다. 작년 동기 대비 138% 늘어난 수치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미국 누적 매출은 1194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SK바이오팜 전체 매출 1834억원의 65%를 차지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