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 허락없이 '아몬드' 연극 올려…출판사·극단 "사과"

손원평 "저작권자 동의 후순위로 밀려"
손원평 작가의 베스트셀러 장편 '아몬드'를 원작으로 한 연극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제작된 사실이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아몬드'의 저작권 중개를 담당하는 출판사 창비가 지난 10월 해당 연극의 제작 사실을 인지하고도 작가에게는 11월 말 뒤늦게 전달하면서 저작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문제가 된 공연은 지난 3~4일 경기도 용인시 평생학습관큰어울마당에서 열린 '아몬드'의 네 번째 상연이다.

'아몬드' 공연은 앞서 지난 2019년 9월과 지난해 5월, 올해 5월 세차례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창비는 5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과문에서 "(지난 10월 17일) 저작권자 허락 없이 이 연극의 제4차 공연이 준비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초연부터 공연을 올렸던 극단과 주관사에 항의하고 사용 조건을 협의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미리 작가에게 알리지 못하고 협의가 지연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저작권자인 작가가 허가하지 않은 공연이 계약 없이 준비되도록 했다"며 저작권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을 작가에게 신속히 공유하고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했다.

손 작가도 창비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저작권자의 동의는 가장 후순위로 미뤄졌다"며 공연을 준비한 스태프와 배우, 관객의 권리와 금전적 손해를 입히고 싶지 않아 "떠밀리듯 상연에 동의했다"고 토로했다. 손 작가는 또한 이 사실을 공론화 한 데 대해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희미하고 불건강하게 자리 잡는 일에 방관하며 창작자의 영혼이 아무렇지도 않게 증발하는 데 일조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연극 '아몬드'를 연출한 극단 청년단의 민새롬 연출은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민 연출은 이날 극단 청년단의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린 사과문에서 "작가님과 출판사 저작권팀, 유관부서에 머리 숙여 정식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앞으로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행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