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0억' 현대家 사위'...종로학원 놓고 '진흙탕 싸움'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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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 데자뷔종로학원은 1965년 출범한 민간 학원의 원조다. 고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이 세운 이 학원 출신으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현대차 사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부친 상속한 종로학원 후신 서울PMC
최근 보유 지분 82%↑…지배력 확장
2대주주 여동생과 서울PMC 놓고 갈등
보란듯 지배력 확장한 정 회장
승계 및 자산증식 기반으로 활용?
정 회장은 2005년 보유한 종로학원 지분을 모두 장남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에게 넘긴다. 정 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사위다. 그는 종로학원 운영을 뒤로 미룬 채 2003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현대카드 경영 등에 전념했다. 하지만 최근 이 종로학원의 후신인 서울PMC를 놓고 여동생 등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재벌가의 유산을 놓고 분쟁을 벌이는 양상이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과 비슷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서울PMC 대치동 건물, 광평대군 종친회에 매각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태영 부회장과 그의 장녀인 정유미 씨는 윤모 씨에게서 서울PMC 지분 8.89%를 43억20만원에 매입했다. 이번 매입으로 정태영 부회장은 이번 서울PMC 지분이 73.31%에서 82.19%로 늘었고 정 씨는 이번에 처음 서울PMC 지분 0.02%를 확보하게 된다.서울 PMC의 나머지 지분 17.79%는 정 부회장의 여동생 정은미 씨가 쥐고 있다. 이번 거래 과정에서 서울PMC 주식 가격은 주당 5만2000원으로 설정됐다. 이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20~30%)을 반영한 서울PMC 기업가치는 720억~780억원으로 추산된다.
서울PMC는 2014년 종로학원 사업 부문을 하늘교육에 245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학원 사업을 접는 동시에 보유한 종로학원 건물도 줄줄이 처분했다. 2019년 서울 중림동 염천교 사거리에 있는 종로학원 강북 본원 건물을 미래토건에 540억원에 매각했다. 종로학원 강북 본원 건물터를 밀고 현재 지하 7층·지상 22층 규모의 오피스텔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을 건설 중이다. 2018년엔 ‘학원가 1번지’로 통하는 대치 사거리에 자리잡은 이강학원 빌딩을 전주이씨의 분파인 광평대군 파종회(종친회)에 167억원에 처분했다. 광평대군 종친회는 전주이씨 122개 분파 가운데 가장 번성한 분파로, 종친회 자금을 운용하는 차원에서 건물을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 자산·증식승계 수단되나
서울PMC는 남은 종로학원 대치동 강남 본원 건물만 굴리며 임대 수입을 올리고 있다. 2020년 5월에는 141억원을 주고 한 빌딩을 매입하기도 했다. 빌딩임대 사업을 벌이는 이 회사의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420억원에 달했다. 부채는 고작 6억원에 불과했다. 부채비율은 1.66% 수준이다. 이 회사는 부채 없이 장부가 기준으로 420억원대 부동산과 현금을 쥐고 있다.기업가치가 700억원을 웃도는 서울PMC를 놓고 정 부회장은 2대 주주인 여동생 정은미 씨는 분쟁을 벌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부친으로부터 서울PMC를 승계받는 과정에서 기존 경영진인 정은미 씨등을 배제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2019년 8월에는 정은미 씨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서울PMC 대주주인 정 부회장의 갑질 경영을 막아달라’며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국민청원을 올린 여동생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송사가 이어졌다. 서울PMC 경영을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들의 전선(戰線)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부모의 장례식 방명록 공개와 모친의 유산상속을 둘러싼 소송전도 벌이는 중이다. 돈보다는 형제들 간 감정싸움이 송사의 배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부회장은 장녀와 함께 지분을 늘린 서울PMC를 바탕으로 승계 기반과 자체 사업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해 현대캐피탈 퇴직금을 비롯해 현대카드·현대커머셜 연봉으로만 100억원을 넘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넉넉한 현금성 자산을 서울PMC에 투입해 여러 사업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를 위해 이 회사 2대 주주인 여동생 정은미 씨와의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