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조세 원칙 거스른 종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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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현대 조세제도의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1776년 펴낸 <국부론>에서 세금 부과 4원칙을 제시했다. 부담 능력에 따라 부과해야 한다는 공평성의 원칙, 세금 징수인의 임의적인 판단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명확성의 원칙, 세금을 내는 시기와 방법이 편리해야 한다는 편의의 원칙, 세금 징수비용을 최소화하도록 필요 이상의 징수 관리 조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경비 절약의 원칙 등이다.
1세기쯤 지나 독일 재정학자인 아돌프 바그너는 스미스의 4원칙에 누진세 개념을 강조한 4원칙, 9개 항을 내놨다. 미국 재정학자인 리처드 머스그레이브는 스미스와 바그너의 조세 원칙을 종합해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하면서 시장경제에 대한 간섭 최소화와 재정정책의 용이한 실행에 도움을 줄 것 등을 추가했다. 경제 안정과 성장을 위한 조세정책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학자마다 견해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동의하는 현대 조세제도의 원칙을 요약하면 공평성·안정성·명확성·간편성·보편성·예측 가능성·응능(應能)부담 원칙 등을 꼽을 수 있다.2005년부터 시행된 종합부동산세법도 1조 목적(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 안정을 도모해 지방 재정의 균형 발전과…)을 보면 이런 조세 정신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한경 보도(12월 5일자 A1, 4면 참조)를 보면 주택 가격이 같아도 종부세 부과액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차이가 나는 등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1가구 2주택자는 특례 여부 등에 따라 같은 집값이어도 종부세 부과 경우의 수가 150여 개에 이른다. 목적에 맞게 역할도 못하고, 세제의 기본 원칙과 어느 것 하나 맞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30차례 가까운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 법안을 바꾸다 보니 난수표 세제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종부세 납부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일선 세무서에서는 직원들의 설명을 듣고도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선 종부세 개편 방안을 두고 근본 대책보다 ‘땜질식’ 논의에서 맴돌고 있다. 예로부터 세법이 불공평, 불명확, 불안정하면 거센 조세 저항을 불렀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1세기쯤 지나 독일 재정학자인 아돌프 바그너는 스미스의 4원칙에 누진세 개념을 강조한 4원칙, 9개 항을 내놨다. 미국 재정학자인 리처드 머스그레이브는 스미스와 바그너의 조세 원칙을 종합해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하면서 시장경제에 대한 간섭 최소화와 재정정책의 용이한 실행에 도움을 줄 것 등을 추가했다. 경제 안정과 성장을 위한 조세정책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학자마다 견해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동의하는 현대 조세제도의 원칙을 요약하면 공평성·안정성·명확성·간편성·보편성·예측 가능성·응능(應能)부담 원칙 등을 꼽을 수 있다.2005년부터 시행된 종합부동산세법도 1조 목적(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 안정을 도모해 지방 재정의 균형 발전과…)을 보면 이런 조세 정신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한경 보도(12월 5일자 A1, 4면 참조)를 보면 주택 가격이 같아도 종부세 부과액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차이가 나는 등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1가구 2주택자는 특례 여부 등에 따라 같은 집값이어도 종부세 부과 경우의 수가 150여 개에 이른다. 목적에 맞게 역할도 못하고, 세제의 기본 원칙과 어느 것 하나 맞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30차례 가까운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 법안을 바꾸다 보니 난수표 세제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종부세 납부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일선 세무서에서는 직원들의 설명을 듣고도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선 종부세 개편 방안을 두고 근본 대책보다 ‘땜질식’ 논의에서 맴돌고 있다. 예로부터 세법이 불공평, 불명확, 불안정하면 거센 조세 저항을 불렀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