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절반 "내년 투자계획 없다"

전경련 설문…"시장 불확실"
국내 대기업의 절반 정도가 아직 내년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 불안, 고환율 등으로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17~25일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국내 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100곳)의 48%가 투자 계획이 없거나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5일 발표했다. 투자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전체의 10%,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기업은 38%에 달했다.투자 계획을 수립한 52곳 중에서도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축소할 것’이라는 응답(19.2%)이 ‘확대하겠다’는 응답(13.5%)보다 많았다. 나머지 67.3%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 활성화 시점에 대해선 ‘내년 하반기 이후’를 꼽은 기업이 64%에 달했다. ‘기약 없음’이라고 답한 기업이 26%, ‘내년 상반기’라는 응답은 5%에 그쳤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기업이 내년 수익성 악화와 투자자금 조달 차질이라는 악재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 고 말했다.

수출기업 90% "자금사정 6개월내 개선 어렵다"

국내 수출기업 10곳 중 9곳은 6개월 내 자금조달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수출기업 3분의 1가량이 최근 자금사정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기업이 이 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5일 주요 수출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자금조달 사정 인식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자금조달 상황 개선 시점을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42%는 ‘당분간 개선이 어렵다’고 했다. ‘내년 3분기’(23%)와 ‘내년 4분기’(25%)를 합치면 총 90%가 자금조달 시장이 6개월 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1분기, 내년 2분기엔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각각 7%, 3%에 그쳤다.상당수 기업이 내년 국내 투자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악화된 자금조달 여건과 관련이 크다는 게 산업계 전언이다. ‘지난해보다 올해 자금조달 사정이 악화됐다’는 응답은 29%로, ‘원활하다’(18%)보다 많았다. ‘비슷하다’는 응답은 53%였다.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자금조달 방식은 △은행 대출(43.4%) △내부자금 조달(21.4%) △회사채 발행(14.3%) △정부 지원금(14.0%) 순이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국내 수출기업 대부분이 금리·환율·물가 등 3중고를 겪고 있다”며 “일시적 자금경색 상황에 놓인 기업에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