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태극전사가 소환한 '중꺾마'…"올해 최고의 명언"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대표팀 선전 계기 '밈' 확산
취업·이직 등 도전 결심 일반시민은 물론 정치권서도 회자
"비록 브라질에 완패했지만, 마음만은 안 꺾였어요."
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서 고등학교 동창과 함께 경기를 관람한 직장인 김모(28) 씨는 브라질에 4대 0으로 뒤져있던 후반 31분 백승호(25·전북)가 원더골을 꽂아 넣자 이같이 소리쳤다.

김씨는 한 친구가 경기가 끝나자마자 인천 송도에 있는 직장으로 떠나며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출근한다'고 했다면서 "이 정도면 올해의 말 아니냐"고 덧붙였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선전이 이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이른바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meme)으로 급부상했다.'중꺾마'라는 줄임말로도 잘 알려진 이 말은 원래 9∼11월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LoL) 2022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팀 DRX의 주장 '데프트' 김혁규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전팀 중 최약체로 꼽힌 DRX는 최하위 라운드인 플레이-인 스테이지(하위 12팀 간 선발전)에서부터 시작해 강팀을 연파하고 세계 챔피언에 등극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언론은 이를 '언더독의 반란'으로 불렀다.이 문구는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이달 3일 뜻하지 않은 시점에 다시 소환됐다.

H조 최약체로 꼽히던 한국(FIFA 랭킹 28위)이 강호 포르투갈(9위)을 꺾고 사상 세 번째 16강 진출을 확정 지으면서다.

당시 태극전사들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적힌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화제를 모았다.이후 '중꺾마'는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정신을 나타내는 대중 언어로 자리 잡았다.
취업과 공부, 다이어트 등 개인적인 도전을 이어가는 시민들은 카카오톡 개인 상태 메시지에 잇따라 '꺾이지 않는 마음'을 적어놓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우리 대표팀 경기를 보고선 퇴사를 결심했다는 한 직장인은 유명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 "한 번 사는 인생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마지막으로 도전해보고 싶다"며 "도전했다가 실패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후회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마지막을 불살라보고 싶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내용의 다짐 글을 올려 큰 호응을 받았다.

'취업 한파'에 좌절하던 한 누리꾼도 "월드컵을 보고 만감이 교차한다.

내년 취업시장은 더 힘들겠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전해보려고 한다"며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되짚었다.

이 용어는 정치권에서도 회자했다.

한 주간지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생명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 같냐'는 질문에 "끝이 어떻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며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앞으로도 여러 의견과 우려를 잘 반영해가면서 이 법을 꼭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앞다퉈 '중꺾마' 밈을 영업에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월드컵 경기에 앞서 '카카오톡 주문하기' 알림톡에 '꺾이지 않는 주문'이라는 문구를 넣어 치킨, 피자 등 배달 음식을 주문할 것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도 카카오톡 알림톡에 '꺾이지 않는 할인'이라는 문구를 넣고 4일까지 버거 2개 6천원 할인 행사를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