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 '디지코'로 체질 바꿔…콘텐츠·교육까지 영토 확장

다산경영상
전문경영인 부문 - 구현모 KT 사장

"디지털 플랫폼 기업 되겠다"
인공지능·빅데이터 바탕으로
B2B산업 주도하겠다는 전략
물류·의료 디지털 전환 도와
시가총액, 2년새 3조원 증가
‘통신 공룡’은 한동안 KT를 가리키는 대표적 수식어였다. 1885년 한성전보총국을 시작으로 137년 동안 한국의 통신사(史)를 이끌어왔다는 뜻도 있지만 거대한 덩치 탓에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미 역시 담겨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플랫폼 기반의 빅테크가 성장하면서 통신사들은 자칫 ‘덤 파이프(dumb pipe·단순 전송 수단)’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구현모 KT 사장은 2020년 10월 취임과 동시에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디지코)’으로의 변화를 선언하며 탈(脫)‘통신 기업(TELCO·텔코)’을 이끌었다.

“KT는 코리아 트랜스포메이션”

구 사장은 “코리아 텔레콤이 아니라 코리아 테크놀로지, 코리아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불렸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성장이 정체된 통신 시장에서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역량을 기반으로 플랫폼과 기업 간 거래(B2B)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당시만 해도 KT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다. 이전에도 탈통신과 같은 문구가 여러 차례 나왔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KT는 디지코 선언 이후 2년 동안 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디지코와 B2B 매출이 별도 서비스 전체 매출의 40%를 넘어섰다. 2025년까지 이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같은 변화에 시장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2020년 1월 7조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올 8월 1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KT가 주력한 분야는 디지털 전환(DX)이다. B2B 사업 전용 브랜드인 ‘KT 엔터프라이즈’를 내놓으며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데 주력했다. 여기에 필요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도 내재화했다. 리벨리온, 모레 등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AI 원팀’을 통해 KAIST 한양대 등과 AI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달 공개한 초거대 AI ‘믿음(MIDEUM)’을 상용화해 산업 혁신을 이끌겠다는 목표다. 특히 물류, 상담, 의료 등 AI 활용 잠재력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AI를 사업화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AICC(AI 콘택트센터) 솔루션을 금융, 유통 분야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클라우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전문기업 KT클라우드를 지난 4월 출범하기도 했다.

콘텐츠 주요 플레이어로 발돋움

KT는 올해 콘텐츠 시장에서도 주목받았다. 사회적 신드롬을 불러온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분에 콘텐츠 분야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성공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게 KT의 설명이다. KT는 작년 1월 그룹 내 미디어 콘텐츠 역량을 결집해 투자부터 기획, 제작, 유통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전문 기업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했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와 음원 플랫폼 지니뮤직, 방송채널 사용사업자 스카이TV 등을 산하에 뒀다. 내년 말까지 원천 지식재산권(IP) 1000개 이상을 확보하고 드라마 IP 100개 이상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구 사장은 KT스튜디오지니 출범 당시 “미디어는 KT가 디지코로 변신하는 데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AICE·에이블스쿨로 100만 인재 양성

구 사장이 취임 이후 가장 신경 쓰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디지털 인재 양성이다. 취임 첫해부터 디지코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미래인재 육성 프로젝트’로 내부 인력의 재교육을 추진했다. 직급과 연령, 부서, 직무 제한 없이 전사 공모로 직원을 선발했다. 선발된 직원은 기존 업무에서 벗어나 5개월 동안 전일제로 교육받고 실무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를 통해 5000여 명의 AI 인재를 그룹 내부에서 육성했다.교육 프로그램을 외부로 확장해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채용 연계 교육 프로그램 ‘에이블(AIVLE)스쿨’을 운영 중이다. 수료생의 70% 이상이 KT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업과 스타트업에 취업했다. 국내 첫 AI 실무능력 인증시험 AICE(AI Certificate for Everyone)도 개발했다.

구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다. 구 사장은 지난 3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3년 동안 진행돼온 변화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연임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 구현모 사장 약력 △1964년 충남 아산 출생
△1987년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입사
△1998년 KAIST 경영공학 박사
△2014년 KT 비서실장 겸 전략담당
△2017년 경영지원총괄
△2019년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2020년 대표이사 사장

이승우 기자/사진=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