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연임法 '뜨거운 감자'

여야 진영 초월해 찬반 갈등

현직회장 출마 조항 놓고 논란
"농업 중장기 과제 해결에 필요"
vs
"현직 소급 적용은 셀프 연임"
9개 지역농협 조합장이 6일 국회에서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협중앙회장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현직 회장의 출마까지 허용하는 조항을 놓고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여야를 떠나 의원 간 찬반이 나뉘면서 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농협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엔 4년 단임인 중앙회장 임기를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 네 건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 중 농해수위 법안소위 위원장인 김승남 민주당 의원 법안은 현직 회장에게도 출마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농해수위는 8일 법안소위를 열어 해당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농해수위 내에선 찬반 목소리가 공존한다. 상당수 민주당 의원은 중앙회장이 중장기적인 농업의 진흥과 과제에 제대로 대응하도록 하려면 연임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정훈·윤준병 민주당 의원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연임 허용에 반대하고 있다. 연임이 가능했던 2009년 이전의 중앙회장들이 뇌물 수수와 비자금 조성 등으로 줄줄이 구속된 여파로 단임제가 도입됐는데, 10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다시 연임제로 돌아가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신 의원은 지난달 29일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연임제를 이성희 현직 회장부터 적용하는 ‘셀프 연임’은 특정인을 위한 개악이라는 오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회장 역할과 임기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표면적으로는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뿐 아니라 금융에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치는 중앙회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특히 다른 후보자보다 영향력이 큰 현직 회장의 출마 허용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협은 내부 역량을 동원해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9개 지역농협 조합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임제 도입을 위한 농협법 개정을 촉구했다. 회견에서 조합장들은 “농협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으로서 연임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실력과 열정을 가진 조합원이라면 현직 여부와 상관없이 입후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조합장들은 농협 이사조합장 및 품목별협의회 회장단 소속이다. 지난 5일엔 국내 주요 농민단체 연합인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한종협)가 연임 찬성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종협 대표는 농협중앙회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국회 농해수위 관계자는 “농협이 연초부터 의원실을 돌며 회장의 재출마를 포함한 연임에 찬성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협 관계자는 “헌법에서 농협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농협 중앙회장에게 단임제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수협, 신협 등 다른 협동조합과의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범진/황정환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