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3만원 폭락 '이 주식' 사들인 호반건설 '눈물의 손절'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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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한진칼 지분 16.44% 매입호반건설은 1989년 광주광역시를 기반으로 출범한 건설사다. 이 회사 아파트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다는 소문이 돌면서 폭발적 성장을 이어갔다. 광주시 지역 건설업체에서 전국구로 발돋움하며 올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11위로 도약했다.
이달 팬오션에 보유지분 5% 처분
처분 손실 700억...손절매 차원 ?
호반, 하림과 한진칼 경영권 위협?
산업은행 등돌리면 가능한 시나리오
호반건설은 올 3월 한진칼 지분 16.44%를 6639억원에 매입했다. 매입 9개월 만에 보유한 한진칼 지분 5%를 하림그룹의 해운 계열사인 팬오션에 전격 매각했다. 매도한 배경을 놓고 의견은 분분하다. 하지만 이번 매각으로 호반건설은 700억원가량의 투자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전날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형태로 한진칼 지분 5.0%(333만8090주)를 팬오션에 1259억원에 처분했다. 매각금액은 주당 3만7715원으로 이날 종가(3만9700원)보다 5.0% 할인된 가격이다. 호반건설은 보유한 한진칼 지분(16.44%)은 이번 매각으로 11.44%로 줄었다.
올들어 한진칼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호반건설은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호반그룹은 올 들어 한진칼 지분 16.44%를 6639억원에 사들였다. 주당 매입가격은 5만9985원이다. 이번 매각금액(주당 3만7715원)을 고려하면 총 743억원의 투자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칼 주가는 ‘경영권 분쟁’ 이슈가 사그라지면서 올들어 5만원대에서 3만원대로 추락했다. 한진그룹과 갈등을 겪은 반도그룹은 지난달 말 보유한 한진칼 지분 15.75%(1075만1000주)를 LX판토스(매각 지분 3.83%)와 델타항공(1.68%) 등 국내외 기업에 클럽딜(소수 기관만 모아 장외 또는 시간 외 거래로 지분을 매각하는 거래) 형태로 매각했다. 반도그룹이 보유한 잔여 지분은 0.99% 수준이다.반면 조 회장과 우호 주주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50%에 육박한다. 현재 조 회장(지분율 5.78%) 및 특수관계자 지분은 18.73%에 이른다. 산업은행(10.49%) 델타항공(14.78%) LX판토스(3.83%) 네이버(지분 0.99%) 영원무역(0.71%) 등 우호 주주 지분까지 합치면 49.52%에 이른다.
경영권 분쟁 재료가 사그라지면서 한진칼 주가 매력이 큰 폭 떨어졌고, 덩달아 주가도 내려가고 있다. 한진그룹과도 별다른 교감이 없는 호반건설은 보유 지분의 전략적 가치도 상실했다. 조원태 회장도 올 4월 한 행사에서 호반건설의 우호 주주를 여부에 대해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진그룹이 호반건설과 전략적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는 평가다.
그만큼 호반건설이 보유한 한진칼 자산가치는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 이에 따라 손절매 차원에서 일부 보유 지분을 매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같은 호남기업인 하림그룹과 손잡고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상열 전 호반그룹 회장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상당한 유대 관계를 이어가는 데다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체 매입에 관심이 상당하다"며 "산업은행이 언제든 등을 돌려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할 여지가 적잖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우호 주주에서 이탈하면 호반건설과 하림이 손잡고 한진칼 경영권 위협을 재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