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 '민노총 총력 투쟁'…현대중공업·대우조선까지 대거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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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투쟁으로 맞서겠다"“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황병철 현대오일뱅크 전국통합쟁의부장)
민노총, 전국 15곳서 집회
정부 강경대응 이어지며
참가율은 절반으로 떨어져
전남 화물연대 업무복귀
현대중공업 조선 3社 불참
시멘트 운송 88%선 회복
여론도 "파업 자제" 늘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가 13일째 지속된 가운데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전국 주요 거점 15곳에 집결해 총파업에 나섰다. 하루짜리 총파업이다. 민주노총은 “정부 주장과 달리 화물연대 조합원은 단 한 명도 업무에 복귀하지 않았다”며 “투쟁 강도를 높여 오는 14일 또다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파업 동력은 급격히 약해진 모양새다. 공동 파업을 예고했던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와 대우조선해양이 파업 불참을 선언하는 등 핵심 노조의 대열 이탈이 속출하고 있다.
내부 균열 커지는 민주노총
이날 민주노총은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와 인천시청 앞, 포항철강산업단지 등 전국 15곳에 모여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파업 강도를 더 높여 정부를 압박하겠다고 선언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탄압 일변도의 정부에 맞서 더 단단하고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로에서 열린 화물연대 인천본부 집회에선 “기름 재고를 바닥 내 화물연대의 힘을 보여주자” 등의 구호가 나왔다.민주노총 지휘부 주장과는 달리 화물연대의 파업 동력은 꺼져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화물연대 총파업 참가 인원은 44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4일 출정식 당시 9600명에서 54.2% 줄어든 수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총파업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생활고에 시달리던 운송기사들이 속속 생업에 복귀하고 있다”고 말했다.전남 광양항에서 농성을 벌여온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6시 업무에 복귀했다. 강성 노조로 분류되던 조합원들이다. 또 임단협이 마무리된 현대중공업그룹 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와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파업 불참을 확정했다. 현대제철은 임단협이 끝나지 않았지만 파업 참가를 유보했다. 임단협에 집중한다는 명분이지만 사실상 파업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여론도 화물연대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10월 14~16일 시행한 조사에서 ‘안전운임제를 목적으로 하는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58%였다. 지난 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는 비율이 58%를 기록했다. 6주 만에 여론이 돌아선 것이다.
물동량 점차 회복세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부는 이날까지 33개 운송업체와 운송기사 79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했고, 현장조사가 끝난 7개 운송업체에선 운송기사 대다수가 업무에 복귀했다고 발표했다.생업에 복귀하는 노조원이 늘어나면서 물동량도 증가하고 있다. 6일 시멘트 운송량은 16만6000t으로 평상시 운송량(18만8000t)의 88% 수준까지 회복됐다.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운송 횟수 역시 6000회를 기록해 평상시(7246회)의 83%를 나타냈다. 시멘트 운송량이 증가하면서 이날 레미콘 생산량은 30만8000㎥를 기록했다. 평상시(50만3000㎥)의 61% 수준이다. 서울 둔촌동 둔촌주공 공사 현장이 다시 가동되는 등 정상화 움직임도 보였다.전국 12개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이날 7만2428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평상시 대비 99%를 기록해 사실상 총파업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정부는 ‘선(先) 복귀·후(後) 협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품목 확대에 대해선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날 건설노동조합 동조 파업이 벌어진 부산의 한 건설 현장을 찾아 “조직적인 집단의 힘을 갖고 정상적 거래가 아닌 위협과 협박을 써서 대화하면 그게 바로 폭력”이라며 “이번 기회에 화물연대의 ‘떼법’뿐 아니라 조폭적 행태도 함께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장강호/김은정/곽용희/김재후/구교범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