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노란봉투법' 법안 의결 보류…여론 악화·尹 지지율 상승 의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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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단독 상정했던 野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7일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 비판받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의결을 보류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일까지인 정기국회 회기 내 법안 처리는 사실상 무산됐다.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로 여론이 악화되자 당초 강행 처리 의지를 내비쳤던 더불어민주당이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안 단독 의결은 '속도조절'
파업에 대한 여론 악화 의식한듯
여야, 소위 다시 열고 추가 논의키로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환노위는 이날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노란봉투법 관련 노조법 개정안 10건을 추가 심사했다. 지난달 30일 민주당과 정의당이 여당 불참 속에 단독으로 상정한 법안이다. 이날 소위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국민 80%가 반대하는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며 맞붙었다. 법안을 놓고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한 환노위는 결국 법안을 의결하지 않고 오후 4시30분께 소위를 산회했다. 여야는 추후 소위를 다시 열고 법안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이어 고용노동부에 법안을 둘러싼 쟁점을 줄일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야권이 이날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4~15일 양대 노총에 이어 28일 노동단체 관계자를 만나 노란봉투법 처리 의지를 밝혔다. 지난달 30일에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여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법안소위에 단독 상정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은 “불법을 법으로 보호하는 것에 참여할 수 없다”며 전원 퇴장했다.
환노위는 재적 16명에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1명으로 야당이 과반을 차지한다. 고용노동법안소위도 8명 중 4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야당 단독으로 법안 상정과 의결이 가능한 구조다. 이러한 민주당의 입법 독주는 ‘노동계 챙기기’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왔다. 야권의 주요 지지 세력인 데다 화물연대 파업을 통해 대정부 투쟁에 나선 만큼 민주당이 노동계에 힘을 실어 줄 것이란 설명이다.
민주당은 지난 2일에도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영구화)를 핵심으로 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여당 참여 없이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 단독 상정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도 노동계가 줄곧 요구해 온 사안이다. 국회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조직 규모가 커진 만큼 민주당은 민주노총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입법 폭주에 나섰던 민주당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추세와 연관이 있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5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38.9%로 전주에 비해 2.5%포인트 올라 40%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치권에선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강경 대응 기조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시멘트 운송 분야에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여기에 7일 기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14일째 접어들면서 파업과 민주노총에 대한 국민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점도 야권으로선 악재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 뿐 아니라 경영계도 입법에 적극 반대하고 있어 강행 처리하기에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며 “여론 추이를 지켜보면서 강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과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의 불법파업에 따른 손실에 대해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