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줄고 수출길 막막…'사면초가' 中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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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업체, 수요 대비 시설투자 과도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과도한 시설 투자로 도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럽 업체들도 사정이 안 좋다. 자금난으로 착공 계획을 잇달아 포기하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위상이 한층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럽 기업은 자금난에 착공 포기
韓 배터리, 시장 장악력 커질 듯
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산하 경제참고보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2025년 기준 생산량은 연 3000GWh에 이른다. 올해 예정된 생산량(500GWh)의 여섯 배에 달하는 물량으로, 2025년 현지 전기차 수요의 세 배 수준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를 합치더라도 예정된 생산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여기에 ‘인플레이션발(發) 소비 부진’이란 변수가 추가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내 전기차 제조업체가 2017년 200곳에서 올 9월 기준 48곳으로 줄었다”며 “배터리 업체들도 중국 시장을 넘지 못하면 수요를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외 진출이 해법이지만 수출길은 사실상 막힌 상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RMA) 등의 영향이다.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은 해당 국가에서 보조금을 받기 어렵다.
유럽 업체들은 자금난으로 고민하고 있다. 영국 배터리 스타트업인 브리티시볼트는 최근 자금난으로 캐나다에 지으려던 30GWh 규모 배터리 공장 계획을 접었다. ‘뒷배’였던 영국 정부가 손을 놓으며 이 회사가 영국에 2024년 가동하려던 38GWh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스웨덴 노스볼트도 독일에 배터리 생산설비를 구축하려 했으나 에너지 비용 문제로 공사대금이 증가해 착공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