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선생님들이 수학여행 계획을 짤까요?"…빈틈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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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한국관광공사 공동기획 ②"교사들은 여행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수학여행 계획은 교사들의 몫이었죠. 관행적으로 특정 여행사에 일감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빈틈을 발견했죠."
이용찬 교육여행연구소 대표
이용찬 교육여행연구소 대표(사진)는 10일 서울 다동 한국관광공사 관광기업입주센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교육 여행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창업 3년 차인 이 회사는 데이터 기반 교육 여행 중개 플랫폼인 '스쿨트립'을 내놨다. 전국 1만2000개 초·중·고교와 관련 기업, 관광업체 등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수학여행부터 일일 견학, 현장 체험학습, 수련회 등 다양한 교육 여행이 대상이다. 교사가 견학코스 등을 안내받으면 간단한 신청 양식을 작성한 뒤 견적을 받아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교육 여행 콘텐츠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교사들이 해야 했던 번거로운 여행 기획 과정을 간소화한 게 큰 경쟁력이라고 설명한다. 스쿨트립 플랫폼 안에서 정해진 양식에 맞춰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파편화돼 있던 정보를 한데 모으고, 투명하게 가격을 비교해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대표는 "여행사나 관광업체 입장에서도 스쿨트립은 자사의 좋은 콘텐츠와 여행 상품을 전국 학교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마케팅 도구가 된다"며 "기존엔 교육 여행 시장이 관행적으로 '알음알음' 계약이 이뤄졌기 때문에 업체들이 학교 대상 사업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여행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한 베테랑이다. 하나투어와 인터파크투어를 거쳤다. 업계에 몸담으면서 든 생각은 명료했다. 트립닷컴이나 익스피디아 같은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들이 한국에 진출하면 여행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정보기술(IT) 공룡들도 여행업에 언제든지 발을 담글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런 상황이 온다면 여행업계에도 전문성과 특수성을 가진 버티컬 플랫폼만이 살아남을 것 같았고, 그중 디지털 전환이 가장 더뎠던 분야가 교육 여행"이라고 말했다창업 이후 초반엔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다. '될 사업'이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교육업계에 오래 몸담았던 박정주 공동대표와 함께 학교 현장에 찾아가 선생님들을 한명씩 면담했다. 다행스럽게도 교육 여행 시장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한창 팬데믹이 이어지던 시기였지만 굴하지 않았다.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DMZ 지역, 인천 개항장, 일본 후쿠오카 지역 등을 전문가들이 소개하는 '랜선 수학여행' 상품을 기획했다. 예상 밖의 히트였다. "코로나19 덕분에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이 대표의 말이다.교육 여행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다. 회사는 초·중·고교 교육 여행 시장을 연간 1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자유학기제가 도입되는 등 교육 과정이 개편되면서 다양한 체험활동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더라도 교육의 패러다임이 체험학습 위주로 바뀌면서 1인당 지출하는 비용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회사는 내년까지 5000개 이상 학교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들 학교에 교육 여행 일정과 파트너 매칭 견적 서비스를 제공해 학교 데이터 3만 건 이상을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또 향후 방학 에듀캉스(교육+바캉스의 합성어) 상품들을 개발·공급해 사업 무대를 넓힐 예정이다.
이 대표는 "10년 뒤엔 해외 학생들의 국내 여행, 국내 학생들의 해외여행까지 책임지는 글로벌 청소년 여행 서비스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