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잔혹사'…스페인, 한 골도 못 넣고 모로코에 패배

카타르월드컵 우승을 노렸던 스페인이 이번에도 승부차기에 발목잡혔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승부차기에서만 네 번 패배하면서 '승부차기 잔혹사'의 주인공이 됐다.

스페인은 7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모로코를 만나 전·후반 90분과 연장전까지 120분을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0-3으로 졌다.1번 키커로 나선 파블로 사라비아가 골대를 맞추며 실축한 스페인은 2번 키커 카를로스 솔레르의 슈팅마저 야신 부누의 선방에 막혀 위기에 몰렸다. 3번 키커로 주장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나섰고, 부누가 또 한 번 몸을 날려 슈팅을 쳐냈다. 이후 모로코의 마지막 키커 아슈라프 하키미가 구석으로 몸을 날린 골키퍼 우나이 시몬을 속이면서 가운데로 가볍게 툭 차 넣으며 스페인을 도전을 좌절시켰다.

축구 기록 전문 업체 옵타에 따르면 이로써 스페인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우크라이나에 무릎을 꿇은 스위스에 이어 역대 2번째로 승부차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팀이 됐다. 스페인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도 개최국 러시아와 승부차기에서 쓴맛을 보며 16강전에서 탈락했다. 스페인은 월드컵에서 역대 최다 승부차기를(5회) 경험하면서 가장 많은 패배(4회)를 당한 국가가 됐다.

단 한 번 거둔 승리는 아일랜드와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3-2로 웃은 2002 한일 월드컵 16강이다. 하지만 이 대회 8강전에서는 한국과 또 승부차기를 맞았고, 결국 고배를 마셨다.이번 대회 초반 스페인은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E조 첫 경기에서 코스타리카를 7-0으로 격파하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3차전에서 일본에 1-2로 패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고, 결국 조 2위로 오른 16강에서도 옛 식민지였던 모로코에 덜미를 잡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지막 키커로 나선 부스케츠는 "우리에게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며 "승부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승부차기에서 결정됐다"고 힘든 심정을 털어놨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내가 승부차기 키커들을 골랐다. 경기장 안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었다"며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할 것이지만, 바꿀 수 있다면 상대 골키퍼 부누를 내보내고 다른 골키퍼를 거기에 둘 것"이라고 했다.

골키퍼 시몬은 "120분간 우리가 상대보다 우위였다고 생각하지만 끝내 골망을 흔들지 못한 상황에서 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월드컵 내내 놀라운 일들을 일어나고 있다"며 "모로코를 상대로 탈락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게 현실이고 이제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