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과다이용 줄이고 무임승차 막고…'보장성 축소될까'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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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보 재정 악화 우려 속에 '건보 지속가능성 제고방안' 마련
초음파 급여화 등 文케어 일부 후퇴…"미봉책 불과" 비판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8일 내놓은 대책엔 불필요한 의료 남용을 줄이고 '무임승차'를 더 어렵게 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진료비 증가로 건보 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최대한 지출이 '새는 곳'을 찾아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의료 혜택을 줄이지 않으면서 건보 지출을 효율화·합리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재정 건전성을 크게 개선하지 못한 채 보장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의료보장 진료비 100조원…건보 재정 우려 커져
이날 보건복지부가 공청회에서 발표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빨간불'이 켜진 건보 곳간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마련됐다. 지난해 국내 의료보장(건강보험+의료급여) 진료비는 105조2천억원으로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건강보험만 놓고 보면 95조4천억원인데 이중 43%가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다.
건보 지출이 늘어나면서 국민의 보험료 부담도 함께 늘어나고, 보험료 인상으로도 늘어나는 진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건보 적립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여권 등을 중심으로는 문재인 전 정권에서 시행한 보장성 강화 정책인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건보 재정을 악화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건보 적용 확대가 과다 이용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보공단 통계에 따르면 단계별 급여화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초음파·MRI 이용량이 연평균 10%가량 증가했고 진료비는 3년 새 10배 늘었다. 감사원도 지난 7월 문재인 케어 이후 과대 보상이나 과잉진료 유발 등의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초음파·MRI '제한적 급여화'…무임승차 단속 강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이번 대책안엔 일단 초음파·MRI 급여화에 브레이크를 거는 등 문재인 케어를 일부 되돌리는 내용이 담겼다.
당장 올해부터 건보 적용을 하려던 근골격계 초음파·MRI에 대해 '제한적 급여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인 기준 등이 나오진 않았지만 의료적 필요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경우는 건보 적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연 365회 이상 외래의료를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본인부담률을 상향해 과다한 의료 이용을 막을 방침이다.
작년 연간 외래 의료 이용 횟수가 365회를 넘는 사람은 2천550명이나 된다.
이들에게 급여비로 투입한 액수는 251억4천500만원에 달한다.
동시에 재정 누수를 막고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건보 무임승차를 철저히 단속하기로 했다.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배우자·미성년 자녀 제외)나 장기간 해외 체류 중인 영주권자의 경우 입국 6개월이 지난 후에야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지금까진 이들도 입국 즉시 건보를 이용할 수 있어서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외국에 사는 가족이 병에 걸리면 한국에 들어와 건보 혜택을 받으며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다만 외국인 피부양자의 경우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는 현재처럼 입국 즉시 건강보험 이용이 가능하다.
해외 장기 체류 중이더라도 해외 유학생, 주재원 등 비영주권자의 경우 지금처럼 귀국 후 기간과 상관없이 건강보험을 이용할 수 있다.
무임승차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타인의 건보 자격을 도용해 진료받는 환자를 막기 위해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자격 확인을 하도록 하고, 도용 적발 시 환수액을 '1배'에서 '5배'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 "재정 안정화 위해 보장성 약화 안돼"
공청회 등을 거쳐 추후 확정될 이번 대책과 관련해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국민의 혜택은 최대한 유지하되 합리적이지 않고 남용되는 부분을 덜어내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국 급여화 제한 등이 건보 보장성 확대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급여 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좋은 방식은 아니다"라며 "의학적으로 검사나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치료를 못 받거나 비급여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테고, 그 피해는 경제적 여유 있는 사람보단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건보 재정지출은 줄어들 수 있어도 국민 호주머니 지출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정책국장도 "자칫 재정 합리화, 재정 건전성을 위해 보장성을 축소할 우려가 있다"며 "재정을 위해서 보장성을 약화시켜서도 국민에게 책임을 떠넘겨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 담긴 과다 의료이용이나 외국인 피부양자 등이 건보 재정에 끼치는 악영향이 큰 규모가 아닌 데다 구조적인 해법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 건보 재정위기가 올 것이라고 보진 않지만 장기적인 위기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그렇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서 구조적인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미시적이고 미미한 대책들로 구성됐다"고 비판했다. 오 국장도 "이용자와 의료기관, 정부가 다같이 책임을 갖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너무 단편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초음파 급여화 등 文케어 일부 후퇴…"미봉책 불과" 비판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8일 내놓은 대책엔 불필요한 의료 남용을 줄이고 '무임승차'를 더 어렵게 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진료비 증가로 건보 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최대한 지출이 '새는 곳'을 찾아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의료 혜택을 줄이지 않으면서 건보 지출을 효율화·합리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재정 건전성을 크게 개선하지 못한 채 보장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의료보장 진료비 100조원…건보 재정 우려 커져
이날 보건복지부가 공청회에서 발표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빨간불'이 켜진 건보 곳간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마련됐다. 지난해 국내 의료보장(건강보험+의료급여) 진료비는 105조2천억원으로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건강보험만 놓고 보면 95조4천억원인데 이중 43%가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다.
건보 지출이 늘어나면서 국민의 보험료 부담도 함께 늘어나고, 보험료 인상으로도 늘어나는 진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건보 적립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여권 등을 중심으로는 문재인 전 정권에서 시행한 보장성 강화 정책인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건보 재정을 악화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건보 적용 확대가 과다 이용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보공단 통계에 따르면 단계별 급여화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초음파·MRI 이용량이 연평균 10%가량 증가했고 진료비는 3년 새 10배 늘었다. 감사원도 지난 7월 문재인 케어 이후 과대 보상이나 과잉진료 유발 등의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초음파·MRI '제한적 급여화'…무임승차 단속 강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이번 대책안엔 일단 초음파·MRI 급여화에 브레이크를 거는 등 문재인 케어를 일부 되돌리는 내용이 담겼다.
당장 올해부터 건보 적용을 하려던 근골격계 초음파·MRI에 대해 '제한적 급여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인 기준 등이 나오진 않았지만 의료적 필요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경우는 건보 적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연 365회 이상 외래의료를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본인부담률을 상향해 과다한 의료 이용을 막을 방침이다.
작년 연간 외래 의료 이용 횟수가 365회를 넘는 사람은 2천550명이나 된다.
이들에게 급여비로 투입한 액수는 251억4천500만원에 달한다.
동시에 재정 누수를 막고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건보 무임승차를 철저히 단속하기로 했다.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배우자·미성년 자녀 제외)나 장기간 해외 체류 중인 영주권자의 경우 입국 6개월이 지난 후에야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지금까진 이들도 입국 즉시 건보를 이용할 수 있어서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외국에 사는 가족이 병에 걸리면 한국에 들어와 건보 혜택을 받으며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다만 외국인 피부양자의 경우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는 현재처럼 입국 즉시 건강보험 이용이 가능하다.
해외 장기 체류 중이더라도 해외 유학생, 주재원 등 비영주권자의 경우 지금처럼 귀국 후 기간과 상관없이 건강보험을 이용할 수 있다.
무임승차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타인의 건보 자격을 도용해 진료받는 환자를 막기 위해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자격 확인을 하도록 하고, 도용 적발 시 환수액을 '1배'에서 '5배'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 "재정 안정화 위해 보장성 약화 안돼"
공청회 등을 거쳐 추후 확정될 이번 대책과 관련해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국민의 혜택은 최대한 유지하되 합리적이지 않고 남용되는 부분을 덜어내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국 급여화 제한 등이 건보 보장성 확대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급여 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좋은 방식은 아니다"라며 "의학적으로 검사나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치료를 못 받거나 비급여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테고, 그 피해는 경제적 여유 있는 사람보단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건보 재정지출은 줄어들 수 있어도 국민 호주머니 지출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정책국장도 "자칫 재정 합리화, 재정 건전성을 위해 보장성을 축소할 우려가 있다"며 "재정을 위해서 보장성을 약화시켜서도 국민에게 책임을 떠넘겨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 담긴 과다 의료이용이나 외국인 피부양자 등이 건보 재정에 끼치는 악영향이 큰 규모가 아닌 데다 구조적인 해법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 건보 재정위기가 올 것이라고 보진 않지만 장기적인 위기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그렇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서 구조적인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미시적이고 미미한 대책들로 구성됐다"고 비판했다. 오 국장도 "이용자와 의료기관, 정부가 다같이 책임을 갖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너무 단편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