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공급 정상화 됐지만…웃지 못하는 건설株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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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후 건설주 시총 3조원 빠져'네옴시티' 테마를 타고 날아올랐던 건설주가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돼 시멘트 공급이 정상화됐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의 현장이 공사를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PF, 물가상승…건설 업황 여전히 나빠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KRX 건설 지수는 전장보다 9.4포인트(1.61) 내린 527.77을 기록했다. 5거래일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시작된 24일 종가에 비해선 43.15포인트 밀렸다. 이후 KRX건설 지수 구성 종목의 시가총액은 47조9760억원에서 44조6940억원으로 3조원 넘게 줄었다.개별종목으로 봐도 하락세는 뚜렷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4일 종가에 비해 700원(6.22%) 밀린 1만550원을 기록했다. DL이앤씨(-5.33%), 현대건설(-3.99%), GS건설(-2.8%), 서희건설(-1.58%) 등도 파업 후 하락세를 보였다.
11월 초만 하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의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에 건설되는 미래형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가 부각되면서 건설주들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 분위기인데다 잇단 악재가 발생하면서 전망도 어두운 상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 후 2만1000톤(t)까지 줄었던 시멘트 출하량은 7일 기준 18만t으로 평년 동월(18만8000t) 대비 96% 수준을 회복했다. 레미콘 생산량은 35만7천㎥로 평년 동월(50만3000㎥) 대비 71% 수준을 보였다.한국시멘트협회는 전체 출하량은 100%에 가까워졌지만 지역별로는 편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 조합원 비율이 높은 팔당 등 수도권 일부와 부산·제주 지역은 아직 시멘트 출하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 현장 정상화에도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기준 전국 1626개 공사 현장 가운데 902곳(57%)의 공사가 여전히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레미콘 공급부족과 타설 일정 조정 등으로 공사가 중단됐던 현장들이 순서대로 공사를 다시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건설 업종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대한건설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2년 10월 국내건설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국내건설수주액은 전년 동월 대비 29.8% 감소한 1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대한건설협회는 "자재 가격 상승 및 부동산 경기 둔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등 건설업을 둘러싼 악재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공사 중단까지 겹쳐 연말 건설업 여건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업에 있는 악재를 감안할 때, 향후 신규주택을 중심으로 한 주택 수주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신규주택 수주가 급감해 내년 분양은 30만 가구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연간 분양 공급 계획은 40만 가구였다.
건설업 전망은 해외 건설 수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10월 기준 중동·아프리카(MENA) 지역 프로젝트 계약 누적 액수는 813억달러(약 107조15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28.2% 증가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도 7일 기준 272억달러(약 35조85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성장했다.한편 정부는 철강·석유화학 업종에 대해서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주간의 대규모 물류 중단 사태가 우리 경제에 깊은 생채기를 내고 있다"며 "이 기간 철강·석유화학 업종 운송거부로 2조6000억원 규모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