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도 안해놓고…해외출장 가겠다는 의원들

정기국회 종료 기다렸다는 듯
교육위, 11일부터 8일간 유럽행
산자위·예결위도 美·유럽으로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연말·연초 해외 출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이미 훌쩍 넘긴 상황에서 소관 업무와 관계없는 일정까지 잡혀 있어 부적절한 해외 출장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0~17일 영국과 스페인으로 떠나는 출장 일정을 잡았다. 예산안 처리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맞물리면서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정기국회 마지막 날(9일) 바로 다음날에 해외 출장을 계획한 것이다.

‘외유성 출장’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확인됐다. 출장 목적은 현지 대학과 한글학교 방문이지만 세부 일정엔 영국 박물관과 내셔널갤러리 및 스페인 플라멩코 공연 관람 등이 포함됐다. 교육위 관계자는 “야당 요청으로 10일 임시국회가 소집되면서 출발 일정을 11일로 미뤘다”며 “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이 참가 여부를 논의하고 있으며, 출장 의원 명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상임위도 해외 출장을 검토 중이다. 예산안 심사와 결산을 담당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그리스 출장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내년 초에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출장을 계획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회가 법안 심의·의결 등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해외 출장부터 계획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통상 정기국회가 끝나고 비수기인 연말·연초에 관례적으로 해외 출장을 떠났다”며 “하지만 올해는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고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하는 등 엄중한 상황이라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