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 칼럼] 'MZ세대' 이제 그만 이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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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가히 MZ세대가 열풍이다. MZ세대의 소비와 투자, 이들이 반응하고 생산해내는 콘텐츠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MZ세대는 말 그대로,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와 그 다음 세대인 Z세대(Gen Z)를 합쳐서 이야기는 신조어다. 그런데 ‘MZ세대’라는 인공적인 조어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딱 1개의 나라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것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구글 트렌드에 ‘MZ generation’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검색결과 대한민국이 100으로 압도적 결과를 보인 반면, 유럽과 미국에서는 전혀 검색되지 않았다. 구글 검색창에 ‘MZ generation’을 검색하면 적지 않은 영문 데이터가 나온다. 그런데 영문 문서의 출처가 어디인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Korea저널, 혹은 한국인이 생산한 자료임을 확인할 수 있다. 각종 미디어에서는 M세대와 Z세대 사이에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고 여기며 MZ를 하나의 세대로 묶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과연 하나의 세대로 묶어도 괜찮을까? 실제로 한국리서치가 2022년 2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M세대와 Z세대가 비슷한 가치관과 경험, 문화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Z세대 응답자의 61%가 “M세대와 Z세대를 하나의 세대로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MZ세대를 요즘 세대의 대명사로 사용할까? MZ세대의 아이콘인 래퍼 이영지는 모 방송에서 “MZ세대는 알파벳 세대의 계보를 잇고 싶은 기성세대들의 욕심이고, MZ세대들은 자신이 MZ세대인 것을 모른다.”고 말해 화제가 되었다. 특정 세대를 특정한 명칭으로 구분지어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카테고리 속으로 이들을 집어넣으며 규정화해버리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MZ세대는 2019년부터 마케팅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MZ세대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하루에도 수차례씩 SNS와 뉴스, 기사를 통해 MZ세대의 성향 분석, 특징 등에 대한 것을 매번 MZ세대를 신세대로 포장하여 MZ세대를 상업적인 마케팅으로 활용했다. ‘요즘 이거 안 하면 신세대가 아니다’라며 마치 안 하면 시대에 뒤처지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을 확산시키기도 했다.언론의 관행도 한몫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의 해외 유력 매체를 보면 산문 형식으로 자극적이지 않게 제목을 뽑지만 국내 언론은 흥미를 유발하는 ‘낚시성’ 제목이 많다. 문제의 본질보다는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MZ세대’라는 키워드 중심으로 과도하게 일반화하거나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MZ세대가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로 떠오르자, 정치인들은 MZ세대에 더욱 구애를 보낸다. 특히 ‘이대남’, ‘이대녀’라는 또다른 정체불명의 용어를 만들어 세대갈등을 넘어 성별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했다.
미국 메릴랜드대 사회학과 필립 코헨 교수는 “세대 구분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대중에게 잘못된 고정관념을 심고 사회과학 연구를 방해한다”고 강조했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는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고 적혀있고, 기원전 425년경 소크라테스는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부모에게 대들고,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스승에게도 대든다.”라며 불편한 심리를 드러냈다. 그만큼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인류사에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간 이야기는 화두였다. 즉 요즘 ‘MZ세대’라고 유별나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팔거나 표를 얻고 여론몰이 용도가 아닌, 기성세대와 구분되는 젊은 세대의 특징을 손쉽게 구분 지으려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더욱 섬세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세대를 고찰해야 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경영평론가(ijeong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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