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방위비 늘리는 日…기업 '팔 비틀어' 재원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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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배 증액…年 4조엔 더 필요내년부터 5년간 방위비를 1.5배 늘리기로 한 일본 정부가 대기업의 법인세를 올려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高물가에 소득세 인상은 부담
법인세 올리고 적자국채 찍기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9일 정부·여당 정책간담회에서 방위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매년 약 4조엔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며 “1조엔 규모의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앞서 지난 5일 기시다 총리는 “2023년부터 5년간 방위비 총액을 43조엔으로 결정한다”며 연말까지 재원 확보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5년 단위 방위 계획인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 따르면 당초 2023년까지 5년간 방위비 총액은 27조4700억엔이었다. 새 계획대로라면 방위비는 단번에 1.5배 이상 늘어난다.
이에 필요한 재원을 세금을 더 걷는 방식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물가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소득세를 늘리는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세수는 크게 법인세와 소득세, 소비세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정부가 법인세 증세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며 “중소기업은 제외하고 대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가계의 부담을 늘리는 소득세 증세는 내년 4월 지방선거를 어렵게 만든다는 우려에서다.일본 정부는 부족한 4조엔 가운데 나머지 3조엔을 세출 삭감, 잉여금, 방위기금 등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시적인 재원인 잉여금 등으로 3조엔을 확보할 수는 없다”며 “결국 적자 국채에 의존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법인세 인상을 반대했던 재계도 한걸음 물러섰다.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지정학적 위험을 고려할 때 적절한 증액”이라면서도 “증세는 전체 구성원이 조금씩 분담하는 형태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같은 날 민간 기업들의 자국 내 설비투자를 늘리기 위해 7조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게이단렌은 2021년 86조엔이던 설비투자 규모가 2027년 100조엔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