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능' SAT, 2024년 美전역 디지털시험 전환하는데…

[채선희의 미래인재 교육]

수험생 수준 맞게 자동 문제출제 '컴퓨터 적응검사' 도입
연 5~6회 응시기회 부여, 횟수 제한 없애는 유연성 필요
최근 미국의 수능 SAT를 주관하는 칼리지보드에서는 2023년엔 해외지역, 2024년엔 미국지역의 모든 시험을 전면 디지털 SAT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시험을 보게 된다.디지털 SAT는 종이 시험지 배달이 불필요하므로, 추후에는 시험날짜를 현재보다 늘려서 학생의 응시기회를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수능이 지난 30년 동안 연 1회 일제고사식 지필검사를 유지해 온 것과 비교하면, 미국 SAT의 변화는 가히 혁명적 진화를 거듭해 오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SAT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컴퓨터 적응검사(Computer Adaptive Testing)가 도입된다는 점이다. CAT는 수험생 개인별 난이도 수준에 맞는 문제가 자동출제되는 방식으로, 수험생 능력에 대한 측정이 가장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검사이다. 제한된 문항으로 구성된 지필검사를 50여만명의 수험생이 동일하게 치르는 우리 수능 상황과 비교하면, 디지털 SAT는 훨씬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이다. 또한 디지털 SAT에서는 멀티미디어형 문항이 가능하므로, 정답 여부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과정에 대한 정보수집 및 평가가 가능한 문항 도입도 기대할 수 있다.CAT는 1975년 미 해군연구소 세미나에서 최초로 언급되었다. 이후 CAT의 평가적 장점과 지필검사와의 동등성 검증 연구가 일반화되고, 1990년대 컴퓨터가 발달되면서 미국의 많은 기관들이 CAT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미국임상병리학회 자격시험, 미국간호사협회 자격시험, ETS의 GRE와 GMAT 등이 대표적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교수학습과정과 연계하여 CAT 성취도검사를 활발하게 시행해왔다. 이제는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수능의 4배에 달하는 200만명이 응시하는 초대형 검사인 SAT에까지 CAT를 도입하게 되었으니, 수년 내 미국의 거의 모든 검사가 CAT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1993년 SAT를 벤치마킹한 현재의 수능 중심으로 대입방식이 크게 변화했다. 이때 출제방식은, 문제은행식 출제의 난점인 문항유출에의 두려움 때문에 과거의 출제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었다. 지난 30년 동안에도 합숙형 출제방식은 변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때그때 여러 교과목이 추가되면서 과거 학력고사로 퇴화하는 기형적 변화가 이어져왔다. 고등학교 3년 과정을 일회성 시험으로 평가하는 일제고사 체제가 유지되면서 수능점수의 불안정성은 계속되고, 재수 3수의 선택으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한다. 30년 동안 뫼비우스의 띠처럼 같은 문제들이 반복되어 온 것이다. 수험생에게 응시기회를 다양하게 주는 것은 이미 국제적인 추세이다. 프랑스도 2021년 바칼로레아 개혁에서 고3때 일주일간 치르던 시험을, 고2~3학년 동안 과목별로 분산하여 치르는 획기적 변화를 도입했다.

SAT도 무결점의 시험이 아니다. 수많은 논란과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그러나 문제은행식 출제 기반에서, 다양한 실험과 측정학적 분석을 통해 현재까지 발전해 온 것이다. 현재 우리와 같은 합숙형 출제에서는 진화가 불가능하다. 고교학점제나 선택형 교육과정 도입 등 교육과정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수능 변화를 꾀하기도 쉽지 않다.일회성 시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체제에서는 수험생 부담도 과중하고, 당일 컨디션 등 평가외적 요소의 개입을 차단하기 어렵다. 수능을 연 5~6회 시행하여 복수의 응시기회를 부여하고 연령제한 및 응시횟수 제한을 없애야 한다. 고등학교 3년 과정을 한 번의 시험으로 평가하고, 실패하면 1년을 기다렸다 다시 시험을 보는 현 체제가, 과연 IT가 고도로 발달한 현 디지털사회에 부합하는 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SAT에 첨단검사방식인 CAT 도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미래에 또다른 변화가 가능하다는 유연성을 보여준다. SAT는 진화 진행형이다.

채선희 중앙대 교육학과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