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한 정상화의 길

식량난에도 미사일로 1조 날려
北 변화, 외부 정보·강제력 필요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10월 이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 위협은 매우 공세적이고 노골적이다. 위협의 빈도는 잦았고 수위와 강도는 높고 강했다. 우리의 영토 울릉도를 직접 겨냥하면서 침략적 본성도 드러냈다. 11월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후에도 긴장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뒤 7차 핵실험을 만지작거리며 위협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핵무력 완성 5주년인 11월 29일을 전후해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예측됐지만 빗나갔다. 7차 핵실험을 미루는 의도는 ‘관심 끌기’의 최후 수단이 사라지면 다음 카드가 마땅치 않은 고민으로 짐작된다. 그래서 김정은은 딸과 함께 찍은 사진 공개로 관심 끌기를 유지하려고 한 듯하다.

화성-17형 발사 후 북한은 숨 고르기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일 북한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연말 개최 발표 후 북한 매체는 대내 문제에 더 치중하는 모습이다. 이번 전원회의는 “북한 창건 75돌과 6·25전쟁 70돌이 되는 해이고, 5개년 계획 완수의 결정적 담보를 구축해야 하는 중요한 해”라며 2023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5개년 계획’ 언급에 이은 연말 ‘경제계획 관철 당부’를 강조하는 기사가 부쩍 많아졌다. 이는 경제 사정이 절박하다는 증거다.유엔은 2007년 이후 북한을 식량 부족국가로 지정했다. 특히 지난 9월 이후 국제사회는 올해 북한 식량 사정이 최악일 것이라는 경고를 몇 차례 보냈다. 이런 현실과 경고를 무시한 채 김정은은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올해 미사일 발사로 공중에 날린 자금은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돈이면 모자라는 식량을 충당하고도 남는 액수다. 이처럼 무모한 미사일 발사는 주민의 ‘먹는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 요인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행보는 먹는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다. 무관심의 방증은 ICBM 발사장에 김정은이 둘째딸을 데리고 등장한 것이다. 이는 ‘미래에도 핵·미사일을 고수’해 김일성 왕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북한의 먹는 문제는 체제가 만든 고질병이다. 고질병은 협동농장 체제를 도입한 1958년 이후 지금까지 지속된다. 김정은 집권 이후 핵·미사일에 대한 집착이 먹는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이는 김정은 정책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먹는 문제는 주민에 대한 폭압적 속성, ‘핵·미사일 문제’는 대외를 향한 폭력적 속성이다. 이런 폭압성과 폭력성을 제거하는 것이 당면과제지만 북한이 자발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따라서 외부 강제력으로 북한 정상화를 추동해야 한다.

우선 먹는 문제가 폭압적 정책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에게 알려줘 ‘자발적 복종’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줘야 한다. 외부 정보 유입이 체제 전환의 동인으로 작동해 왔다는 역사적 교훈을 감안하면 북한 정보화의 필요성은 더 절실하다. 특히 북한 정보화는 주민들에게 정신적 지원(spirit assistance)이며, 이는 북한 정상화-개혁 개방-의 디딤돌 역할을 한다. 이처럼 북한 정보화는 경제적 지원 이상의 잠재적 가치가 있다. 북한 정상화를 도모할 정보화 제도 정비와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다음 핵·미사일에 의한 대외 폭력성 차단은 중국과 러시아의 이탈로 국제 공조에 큰 허점이 생겼다. 허점은 한·미의 확장억제 전략 강화와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극복해야 한다. 최근 북한은 사이버 금융 탈취 자금을 무기 개발 자금으로 이용한다. 이런 불법행위는 국제 협력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 정상화의 길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