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용병술 빛났지만…마지막 무대 마친 네덜란드 판할 감독

8년 만에 또 아르헨티나와 승부차기서 고배…"이런 탈락은 고통스러워"
전립선암 투병 중에도 네덜란드를 이끈 루이 판할(71) 감독이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 끝에 대표팀에서 마지막 무대를 아쉽게 마쳤다.네덜란드는 10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전·후반 90분과 연장전까지 120분을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졌다.

'실리 축구'를 주창하며 점유율보다는 '한방'을 노리겠다고 거듭 밝힌 판할 감독의 네덜란드는 전반 유효슈팅을 하나도 차지 못할 정도로 고전했다.

덴절 뒴프리스(인터 밀란) 등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날개 자원들은 상대의 5백을 뚫지 못했다.네덜란드가 오히려 6% 더 많은 45%의 점유율을 챙겼고, 정작 강조한 실리는 아르헨티나가 가져갔다.

슈팅 수(15-5), 유효슈팅(5-2) 모두 아르헨티나가 앞섰다.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에게 페널티킥으로 2번째 골까지 허용한 후반 28분에는 패색이 더욱 짙어졌다.그러나 판할 감독은 후반 절묘한 용병술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별다른 활약이 없던 에이스 멤피스 데파이(바르셀로나)를 후반 33분 바우트 베흐호르스트(베식타시)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190㎝ 후반의 장신 스트라이커를 통해 높이가 낮은 아르헨티나 수비진을 공중에서 공략하겠다는 심산이었는데, 정확히 들어맞았다.베흐호르스트는 투입 5분 만에 오른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하며 믿음에 보답했다.

내친김에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까지 터뜨리며 멀티골을 완성했다.

페널티아크 뒤편에서 얻어낸 프리킥 기회에서 퇸 코프메이너르스(아탈란타)가 깔아 차서 패스를 넣어줬고, 수비 견제를 등을 지고 버텨낸 베흐호르스트가 왼발로 차 넣었다.
후반 추가 시간 10분이 넘어 들어간 이 골은 1966년 이후 가장 늦은 시간에 터진 '극장골'이다.

프리킥 기회에서 높이를 살리기 위한 크로스가 올릴 것으로 보였지만, 이런 예상을 역이용해 낮게 깔리는 패스로 베흐호르스트가 문전에서 편하게 공을 잡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예상을 뒤집고 이 패스를 전달한 코프메이너르스 역시 판할 감독이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한 선수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승부차기에서는 웃지 못했다.

판할 감독의 네덜란드는 2014 브라질 월드컵 4강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아르헨티나에 무릎을 꿇었다.

승부차기가 공식적으로는 무승부로 집계돼 판할 감독의 통산 월드컵 본선 성적도 12경기 무패(8승 4무)가 됐다.

그러나 판할 감독은 4번의 무승부 중 2번이 아르헨티나와 승부차기 패배라는 씁쓸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AFP 등에 따르면 그는 경기 후 "이런 식으로 아르헨티나에 지는 게 두 번째"라며 "선수들에게 페널티킥을 연습하라고 했다.

책망할 부분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는데 탈락했다니 정말 고통스럽다"고 아쉬워했다.

지난해 8월 네덜란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판할 감독은 올해 4월에는 2020년 말부터 전립선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그는 "전립선암으로 죽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계속 대표팀을 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선수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선수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판할 감독은 네덜란드 대표팀을 떠난다.

이날 경기 후 "(감독직을) 계속하지 않겠다"고 한 판할 감독은 '아르헨티나가 우승할 것 같냐'는 질문에 "그건 이제 나와 상관없다.(월드컵을) 이제 보지도 않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