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신화 동력은 '엄빠'의 내리사랑…한 서린 모로코 디아스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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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마다 어머니와 뽀뽀하는 하키미 "부모가 날 위해 목숨 바쳐"
대표선수 26명 중 14명이 프랑스·스페인 등 이민 가정 출신
모로코 국내 사람들보다 깊은 '조국애'로 강고한 팀워크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하며 아프리카·아랍 축구의 새 역사를 쓴 모로코 축구대표팀의 동력으로 '이민자 가정의 끈끈한 가족애'가 주목받는다.모로코는 1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포르투갈을 1-0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아프리카, 중동 지역 국가가 월드컵 4강에 오른 것은 모로코가 처음이다.
이날 경기 뒤 모로코의 오른쪽 풀백 아슈라프 하키미(파리 생제르맹)가 관중석의 어머니와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하키미는 벨기에와 조별리그 2차전(모로코 2-0 승), 스페인과 16강전(모로코 승부차기 승) 뒤에도 관중석의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아들은 마치 연인에게 하듯이 어머니에게 사랑스러운 입맞춤을 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큰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가 미모의 아내나 여자친구와 기쁨을 나누는 장면은 축구 팬들에게 익숙한 장면이다.이들을 WAGS(선수의 아내·여자친구)라고 부르며 미모를 평가하는 것은 남성 축구팬들 사이에서 일종의 하위문화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하키미 역시 히바 아부크라는 스페인 배우 출신의 '미모의 아내'가 있다.하지만 하키미는 이번 대회에서 '엄마'만 찾는다.
다른 선수들도 '가족애'를 유별나게 과시했다.
윙어 수프얀 부팔(앙제)은 그라운드로 내려온 어머니의 이마에 키스하고, 흥겹게 춤을 췄다.
아랍권 유력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모로코 선수들 전부가 부모까지 온 가족을 대동하고 도하의 선수단 숙소에 묵고 있다.
선수들은 말 그대로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감정적으로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마음 편히 월드컵 경기를 준비한다.
알자지라는 "숙소인 윈덤 호텔은 월드컵 숙소가 아니라 부모가 운영하는 여름 캠프처럼 느껴진다"면서 "미드필더 압둘하미드 사비리(삼프도리아)의 아버지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하킴 지야시(첼시), 야신 부누(세비야)와 스스럼없이 기념사진을 찍곤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온 가족을 초청한 것은 왈리드 라크라키 모로코 감독의 아이디어다.
모로코 대표팀 26명 중 절반을 넘는 14명이 이민 가정 출신이다.
본선에 출전한 32개 팀 중 자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선수 비율이 가장 높은 팀이 모로코다.
하키미는 스페인에서, 지야시는 네덜란드에서, 부누는 캐나다에서 나고 자랐다.
라크라키 감독은 유럽의 주요 리그에서 뛰고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이민 가정 출신 선수들에게 '가족애'가 정서적으로 큰 동기로 작용한다고 봤다.
라크라키 감독부터가 프랑스 이민 가정 출신이다.
모로코는 과거 스페인과 프랑스로부터 식민 지배를 받았다.
1, 2차 세계대전 뒤 프랑스는 국토 재건 사업 등을 하면서 대규모로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 이중 상당수가 모로코인이었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프랑스에 거주하는 모로코인은 75만명으로 전체 이민자 수의 약 20%를 차지한다.지브롤터 해협을 끼고 있어 지리적으로 가까운 스페인으로 간 모로코인들도 많다.
대회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2017~2022년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로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사람 중 대부분(약 2천500명)이 모로코인이었다.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타향살이를 시작한 모로코인들은 차별과 냉대를 받으며 일했다.
모로코 선수들은 어렵게 자신을 낳고 기르며 축구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부모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하키미는 스페인과 16강전 뒤 "어머니는 청소부 아줌마였고 아버지는 노점상이었다"면서 "부모님은 나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나의 성공을 위해 형제와 자매가 많은 것을 희생했다.
난 그들을 위해 뛴다"고 말했다.
라크라키 감독은 "우리의 성공은 부모님들의 행복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를 이어온 고된 이민 생활은 조국을 향한 애정을 더 깊게 만들기도 했다.알자지라는 "선수 부모들은 자녀가 모로코 대표팀을 선택한 결정을 자랑스러워하면서, 이민자들이 모로코 국내 사람들보다 대표팀을 향한 애정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나고 자란 선수들이 모여 불협화음이 날 법도 하지만, 모로코는 끈끈한 수비조직력으로 유럽의 강팀들을 차례로 질식시켜 4강까지 올랐다.
강고한 '팀워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결과다.
스트라이커 자카리아 아부할랄(툴루즈)의 아버지는 "아들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났고, 거기서만 쭉 자랐지만, 우리에겐 모로코인의 피가 흐른다"고 말했다.
모로코의 다음 상대는 자국을 식민 지배한 나라이자, 이민 생활의 한이 서려 있으며,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프랑스다.모로코와 프랑스의 준결승전은 15일 오전 4시(한국시간) 킥오프한다.
/연합뉴스
대표선수 26명 중 14명이 프랑스·스페인 등 이민 가정 출신
모로코 국내 사람들보다 깊은 '조국애'로 강고한 팀워크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하며 아프리카·아랍 축구의 새 역사를 쓴 모로코 축구대표팀의 동력으로 '이민자 가정의 끈끈한 가족애'가 주목받는다.모로코는 1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포르투갈을 1-0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아프리카, 중동 지역 국가가 월드컵 4강에 오른 것은 모로코가 처음이다.
이날 경기 뒤 모로코의 오른쪽 풀백 아슈라프 하키미(파리 생제르맹)가 관중석의 어머니와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하키미는 벨기에와 조별리그 2차전(모로코 2-0 승), 스페인과 16강전(모로코 승부차기 승) 뒤에도 관중석의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아들은 마치 연인에게 하듯이 어머니에게 사랑스러운 입맞춤을 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큰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가 미모의 아내나 여자친구와 기쁨을 나누는 장면은 축구 팬들에게 익숙한 장면이다.이들을 WAGS(선수의 아내·여자친구)라고 부르며 미모를 평가하는 것은 남성 축구팬들 사이에서 일종의 하위문화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하키미 역시 히바 아부크라는 스페인 배우 출신의 '미모의 아내'가 있다.하지만 하키미는 이번 대회에서 '엄마'만 찾는다.
다른 선수들도 '가족애'를 유별나게 과시했다.
윙어 수프얀 부팔(앙제)은 그라운드로 내려온 어머니의 이마에 키스하고, 흥겹게 춤을 췄다.
아랍권 유력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모로코 선수들 전부가 부모까지 온 가족을 대동하고 도하의 선수단 숙소에 묵고 있다.
선수들은 말 그대로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감정적으로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마음 편히 월드컵 경기를 준비한다.
알자지라는 "숙소인 윈덤 호텔은 월드컵 숙소가 아니라 부모가 운영하는 여름 캠프처럼 느껴진다"면서 "미드필더 압둘하미드 사비리(삼프도리아)의 아버지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하킴 지야시(첼시), 야신 부누(세비야)와 스스럼없이 기념사진을 찍곤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온 가족을 초청한 것은 왈리드 라크라키 모로코 감독의 아이디어다.
모로코 대표팀 26명 중 절반을 넘는 14명이 이민 가정 출신이다.
본선에 출전한 32개 팀 중 자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선수 비율이 가장 높은 팀이 모로코다.
하키미는 스페인에서, 지야시는 네덜란드에서, 부누는 캐나다에서 나고 자랐다.
라크라키 감독은 유럽의 주요 리그에서 뛰고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이민 가정 출신 선수들에게 '가족애'가 정서적으로 큰 동기로 작용한다고 봤다.
라크라키 감독부터가 프랑스 이민 가정 출신이다.
모로코는 과거 스페인과 프랑스로부터 식민 지배를 받았다.
1, 2차 세계대전 뒤 프랑스는 국토 재건 사업 등을 하면서 대규모로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 이중 상당수가 모로코인이었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프랑스에 거주하는 모로코인은 75만명으로 전체 이민자 수의 약 20%를 차지한다.지브롤터 해협을 끼고 있어 지리적으로 가까운 스페인으로 간 모로코인들도 많다.
대회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2017~2022년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로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사람 중 대부분(약 2천500명)이 모로코인이었다.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타향살이를 시작한 모로코인들은 차별과 냉대를 받으며 일했다.
모로코 선수들은 어렵게 자신을 낳고 기르며 축구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부모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하키미는 스페인과 16강전 뒤 "어머니는 청소부 아줌마였고 아버지는 노점상이었다"면서 "부모님은 나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나의 성공을 위해 형제와 자매가 많은 것을 희생했다.
난 그들을 위해 뛴다"고 말했다.
라크라키 감독은 "우리의 성공은 부모님들의 행복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를 이어온 고된 이민 생활은 조국을 향한 애정을 더 깊게 만들기도 했다.알자지라는 "선수 부모들은 자녀가 모로코 대표팀을 선택한 결정을 자랑스러워하면서, 이민자들이 모로코 국내 사람들보다 대표팀을 향한 애정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나고 자란 선수들이 모여 불협화음이 날 법도 하지만, 모로코는 끈끈한 수비조직력으로 유럽의 강팀들을 차례로 질식시켜 4강까지 올랐다.
강고한 '팀워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결과다.
스트라이커 자카리아 아부할랄(툴루즈)의 아버지는 "아들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났고, 거기서만 쭉 자랐지만, 우리에겐 모로코인의 피가 흐른다"고 말했다.
모로코의 다음 상대는 자국을 식민 지배한 나라이자, 이민 생활의 한이 서려 있으며,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프랑스다.모로코와 프랑스의 준결승전은 15일 오전 4시(한국시간) 킥오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