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 조절 CAR-T 선두주자 아셀렉스, 카이트와 공동개발 추진

[이우상의 글로벌워치] 아셀렉스, 선수금만 3000억원
아주IB투자 美법인, 아셀렉스에 투자
활성도를 제어할 수 있는 '컨트롤러블 CAR-T(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신약벤처 아셀렉스가 카이트파마와 공동개발에 나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길리어드의 자회사인 카이트파마는 아셀렉스와 다발골수종 치료제 후보물질 'CART-ddBCMA'를 공동으로 개발 및 상업화하기로 했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CART-ddBCMA는 아셀렉스가 개발 중인 CAR-T 치료제 후보물질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공동개발 협력사가 된 카이트파마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용화된 CAR-T 치료제 '예스카타'를 개발한 신약벤처기업이다. 2017년 길리어드가 인수했다.

카이트파마와의 공동개발로 아셀렉스는 선수금 2억2500만달러(약 2949억원)를 받는다. 카이트파마로부터 1억달러 규모의 지분투자도 받을 예정이다. CART-ddBCMA에 대한 개발 및 임상, 상용화 비용은 카이트파마와 아셀렉스가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했다. 관련 거래는 내년 1분기 완료될 예정이다.

상용화 시 미국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양사가 5대 5로 나누기로 했다. 미국 외 지역은 카이트파마가 상용화하면 아셀렉스는 판매에 대한 기술사용료(로열티)를 받는다. CART-ddBCMA는 B세포 성숙항원(BCMA)를 표적하는 T세포 치료제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BCMA 표적 CAR-T 치료제로는 아베크마(BMS)와 카빅티(얀센)가 있다. 모두 다발골수종 치료제로 허가가 났다.

길리어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CAR-T 치료제인 예스카타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다발골수종 치료를 위한 BCMA 표적 CAR-T 제품은 아직 없다. BCMA 표적 CAR-T 치료제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기 위해 아셀렉스와 손을 잡은 것이란 게 업계의 해석이다. 빠르게 성숙되고 있는 BCMA 표적 CAR-T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차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BMS은 지난 8월 발표한 아베크마 임상 3상 결과를 근거로 다발골수종 5차 치료제에서 3차 치료제로의 격상을 노리고 있다. 얀센 또한 기존 1~3차 요법과 카빅티의 효능을 비교하는 ‘CARTITUDE-4’ 임상을 진행 중이다. 아베크마와 마찬가지로 다발골수종 5차 치료제로 승인받은 카빅티의 치료제 순번을 앞당기겠다는 의도다.아셀렉스의 핵심 기술은 CAR-T 치료제의 활성도를 제어할 수 있는 ‘ARC-sparX’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아셀렉스의 CAR-T 치료제 후보물질은 암항원을 직접 인식해 공격하지 않는다. 대신 암항원(BCMA 등)에 결합하는 ‘스파X(sparX)’ 단백질을 인식한다. 스파X가 암항원에 결합하면 CAR-T가 공격하는 것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스파X를 투여해 CAR-T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다. 환자의 혈중에 스파X가 없으면 아셀렉스의 CAR-T는 공격을 개시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CAR-T의 주요 부작용인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이나 신경독성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셀렉스와 길리어드가 공동개발하는 CART-ddBCMA은 스파X 단백질을 별도로 넣지 않고도 작동하는 세포치료제다. ARC-sparX 플랫폼을 검증하기 앞서 스파X 단백질의 항원 추적 및 CAR-T 치료제의 효능을 보기 위한 중간단계로 볼 수 있다. CART-ddBCMA의 도메인이 곧 스파X 단백질의 항원인식 도메인(D-도메인)이기 때문이다. 아셀렉스는 CART-ddBCMA와, ARC-sparX 플랫폼을 적용한 CAR-T 치료제의 효능을 비교하는 임상 1상(NCT04155749)을 별도로 진행 중에 있다.CAR-T 치료제는 승인 초기부터 치료 효능과 부작용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해왔다. 면역반응이 너무 적으면 암세포가 죽질 않고, 너무 강하면 환자까지 공격해 환자가 사망할 수 있었다. 때문에 면역활성을 낮추는 스테로이드 제제 등으로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 등의 부작용을 제어했다.

길리어드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아셀렉스의 기술로 BCMA 표적 CAR-T 치료제 시장을 노리고 있다.

CART-ddBCMA는 FDA로부터 신속심사 대상 및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카이트파마와 아셀렉스의 공동개발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며 지난 9일 아셀렉스의 주가는 29.24% 급등한 28.02달러로 장을 마쳤다. 국내 벤처캐피털 아주IB투자의 미국 법인인 솔라스타는 아셀렉스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앱클론과 티카로스 등이 활성을 조절할 수 있는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