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연 5%인데 국가가 전액 보장?…지금 가입해도 될까 [송영찬의 핀테크 짠테크]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6연속 올렸습니다. 기준금리를 따라 은행들의 예금 금리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금리가 끝없이 오르자 많은 금융소비자들은 예금 가입을 미루기도 했습니다. 가장 높은 금리에 가입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금융권 예금 금리를 비교해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는 불과 2주 전에도 올랐는데 예금 금리가 오히려 떨어진 상품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지난달 은행들을 향해 예금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사실상의 압박에 나선 뒤 실제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더군다나 지난 몇 달간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주던 원달러 환율도 안정세를 찾으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마감하고 동결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은행 대신 우체국?

금융당국이 지난달 은행들의 수신상품 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제동을 건 뒤에 시중은행들의 예금 금리는 일제히 상승을 멈추거나 오히려 조금씩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한 곳의 예금 상품이 고금리 상품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바로 우체국입니다.

12일 현재 우체국은 1년만기 최고금리 연 5.0%의 '초록별사랑 정기예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입니다. 이 상품의 기본금리는 연 3.35%에 불과하지만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1.05%포인트가 추가됩니다. 굳이 멀리 우체국을 찾아가 창구 번호표 뽑고 기다리다가 직원을 만나서 가입하실 분들이 아니라면 기본으로 연 4.5% 금리는 보장 받을 수 있는 겁니다.여기에다 네 가지의 조건을 만족하면 최대 0.6%포인트의 상품우대이율을 지급해줍니다. 먼저 '탄소중립 실천포인트' 가입확인서를 제출하면 0.3%포인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가입확인서는 가입할 때 바로 제출할 필요는 없고 만기 전전달 말까지 창구나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됩니다. 문제는 이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는 점입니다. 가입시 바로 동의 버튼만 클릭하는 걸로 되지 않고,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의 자체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하고 로그인한 다음에야 가능합니다. 가장 번거로운 조건이지만 네 조건 중 가장 많은 우대금리가 지급됩니다.
그 다음은 우체국공익재단 협약기관에 기부하면 0.2%포인트를 줍니다. 이 조건의 경우 가입시 바로 가능하고 1000원 이상의 금액을 한 번만 이체해도 조건이 충족됩니다. 기부금은 협약기관인 사단법인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전달됩니다. 나머지 두 조건은 어렵지 않습니다. 종이통장 미발행 동의하면 0.1%포인트, 그리고 가입할 때 환경지킴 서약에 동참하면 마찬가지로 0.1%포인트를 줍니다. 이같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면 0.6%포인트가 추가돼 연 5%라는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가입 가능한 우체국의 고금리 상품은 또 있습니다. '우체국 편리한 e정기예금'은 최고금리가 1년만기 연 4.9%로 초록별사랑 정기예금과 비교해 0.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초록별사랑 정기예금과 마찬가지로 기본금리는 연 3.35%고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1.05%포인트가 추가됩니다. 여러 조건들 중 몇 가지를 만족하면 최대 0.5%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추가됩니다.우체국예금이 없었던 금융소비자라면 우체국 온라인 정기예금에 처음 가입하는 조건만으로 0.3%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지급됩니다. 굳이 그럴 이유는 없겠지만 초록별사랑정기예금과 이 상품을 둘 다 가입하고 싶다면 이 상품에 먼저 가입한 뒤 초록별사랑 정기예금을 가입하는 게 효율적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급여이체 조건이 있습니다. 매달 50만원 이상의 급여가 입금되는 경우 만족됩니다. 다만 문제는 이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선 우체국 입출금통장도 함께 굴려야 한다는 점이죠.
추천번호 우대 조건도 있습니다. 가입할 때 타인의 추천번호를 입력하면 0.1%포인트, 본인의 추첨번호를 타인이 입력하면 0.1%포인트 해서 최대 0.2%포인트를 줍니다. 이 밖에도 '우체국 매일모아 e적금'에 가입하고 만기 때까지 유지하면 0.1%포인트, 만기 때 자동 재예치할 경우 또다시 0.1%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사실 조건들이 하나같이 까다롭습니다. 초록별사랑 정기예금이 0.1%포인트나마 금리가 더 높은데다 조건을 만족하기에도 다소 유리합니다.

우체국은 1금융권일까, 2금융권일까?

우체국은 굉장히 독특한 성격의 기관입니다. 우체국은 모두가 아시다시피 우편이 주요 업무지만 예금 상품도 판매를 합니다. 마찬가지로 국가가 설립한 특수은행 성격의 농협은행과 수협은행 같은 경우에는 각각 농업협동조합법, 수산업협동조합법을 바탕으로 일반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1금융권으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우체국은 명확히 은행으로 분류되지도, 그렇다고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으로 분류되지도 않습니다.
우체국의 이 애매한 지위는 우체국이 예금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나라엔 '우체국예금보험법'이란 법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우체국이 예금이나 보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법적 조항입니다. 문제는 이 법 조항 그 어디에도 우체국이 은행이라던가, 은행과 같은 지위를 갖는다던가, 어떤 성격의 금융기관인지를 규정하는 문구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우체국은 은행 같지만 은행은 아닌 성격의 기관이 됐습니다.

사실 이 법에서 사실 중요한 건 우체국이 은행이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바로 제4조에 나오는 국가의 지급 책임 조항입니다. 이 문구는 "국가는 우체국 예금(이자를 포함한다)과 우체국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등의 지급을 책임진다"고 규정합니다. 예금보험공사가 주체가 돼 한 금융사당 원금과 이자를 합해 5000만원씩 보호해주는 일반 금융사들과 가장 다른 점입니다. 이 때문에 1997년 IMF 금융위기 때에도 우체국 예금은 한 금융사당 5000만원까지만 보장해주는 모든 1금융권의 시중은행들보다도 더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안정성이 높을수록 금리가 낮은 만큼 지금처럼 예금 금리가 시중은행을 위협하는 것도 이례적이죠.


국가가 보장해주는 다른 상품은 없을까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한경DB
국가가 원리금을 보장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금융상품은 우체국 예금 뿐만이 아닙니다. 기업은행이 발행하는 중금채(중소기업금융채권)나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산금채(산업금융채권)도 각각 중소기업은행법과 한국산업은행법에 정부의 보증 조항이 있는 상품입니다. 특히 일반 금융소비자가 가입하기 어려운 일반 채권 상품들과 달리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을 통해 일반 예금처럼 가입하기 쉽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최근 높은 수익률로 인기가 높았던 기업은행의 'IBK디데이통장'이 대표적입니다. 이 상품의 경우 단기중금채로 12일 현재 연 4.79%의 금리를 보이고 있습니다. 레고랜드발 채권 시장 불안으로 채권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금리가 고공행진하다 최근 다시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엔 유의해야 합니다. 이 상품의 장점은 1년 만기 금리도 좋지만 3개월, 6개월, 9개월 만기 금리도 일반 정기예금 금리에 비해 비교적 높기 때문에 단기간 목돈을 묶어두는 사실상의 '파킹통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연합뉴스
단기 산금채 상품인 산업은행의 '뉴스타트 산금채'는 현재 연 4.75% 금리를 보이고 있습니다. 2년 만기를 설정할 경우 금리는 연 4.9%로 대부분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습니다. 다만 최근엔 산업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인 'KDB Hi 정기예금'의 1년만기 금리가 연 4.9%로 더 높다는 점엔 유의해야 합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