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조 농협금융 수장, 2년만에 다시 '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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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차기 회장에 이석준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63·사진)이 내년부터 2년간 자산 550조원 규모의 농협금융지주를 이끌 7대 회장으로 12일 선임됐다. 농협금융은 9년 만의 내부 출신 회장인 손병환 회장(60) 후임으로 다시 관료 출신 인사를 택했다. 2012년 농협금융 출범 이후 내부 출신은 신충식 초대 회장과 손 회장 두 명뿐이다. 나머지 2~5대 회장(신동규 임종룡 김용환 김광수)은 차관급 이상 경제관료 출신이다.
역대 회장 중 관료 출신이 5명
7대 회장으로 선임된 이석준
尹 인수위서 특별고문 맡아
중앙회장 연임 개정안 협력 포석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농협금융 회장 인사는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의 의중이 절대적”이라면서도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힘 있는 관료 출신 선택
애초 농협금융 안팎에선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았다. 농협금융이 지난해(2조2919억원)와 올해 3분기까지(1조9717억원) 연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정도로 실적 개선에 성공한 데다 역대 회장 중에 2년 임기 후 1년 연임한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손 회장이 5대 금융지주 회장 중 가장 젊다는 점도 이유로 꼽혔다.농협금융 회장 교체에 대해 금융권에선 농협중앙회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관료 출신을 선호한 결과로 보고 있다. 농협금융은 농어민 지원 등 정책금융을 다루는 특성상 정부와의 협력이 중요한 편이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종룡 전 회장은 재임 시절 농협금융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하는 등 성과도 냈다. 금융당국은 인사 개입설에 선을 긋고 있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일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의사결정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안다”며 “당국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에 의견을 내거나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힘 있는 관료 출신을 영입했다는 관측도 있다. 이 신임 회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요직을 두루 거친 데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 초기 좌장 역할을 맡아 경제 공약 전반을 이끌었다. 이후 선대위 축소 과정에서 물러났지만 윤 대통령과 신뢰 관계가 굳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엔 부총리와 산업은행 회장 등으로 거론됐다.
농협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가운데 정부·여당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농협금융 회장 교체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익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 과제도
농협금융 수장에 오르게 되는 이 회장은 자본 확충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단일주주인 비상장사인 탓에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농협중앙회의 유상증자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인수합병(M&A)을 통한 금융 포트폴리오 확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부채가 13조원에 달하는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증자에 적극 나설 수도 없는 여건이다.농협은행에 편중된 이익 구조 개선도 과제로 꼽힌다. 올 3분기까지 농협금융 순이익에서 농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1.9%에 달했다. 50~60% 수준인 KB금융 신한금융에 비해 은행 의존도가 높다. 금리 인상 여파로 실적 부진에 빠진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개선도 이끌어야 한다. 관료 출신 인사의 회장 선임에 반대하는 농협금융 노조의 반발도 예상된다.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권준학 농협은행장(59)과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60), 강성빈 NH벤처투자 대표(52)의 연임 여부는 다음주 임원후보추천위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농협금융 회장 교체에 따른 경영 안정 차원에서 권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1959년 부산 출생
△1983년 행시 26회
△2012년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2013년 기재부 2차관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2016년 국무조정실장
△2021년 서울비전2030위원장
△2022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고문
김보형/이소현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