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조 농협금융 수장, 2년만에 다시 '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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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차기 회장에 이석준
역대 회장 중 관료 출신이 5명
7대 회장으로 선임된 이석준
尹 인수위서 특별고문 맡아
중앙회장 연임 개정안 협력 포석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농협금융 회장 인사는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의 의중이 절대적”이라면서도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힘 있는 관료 출신 선택
농협금융 회장 교체에 대해 금융권에선 농협중앙회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관료 출신을 선호한 결과로 보고 있다. 농협금융은 농어민 지원 등 정책금융을 다루는 특성상 정부와의 협력이 중요한 편이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종룡 전 회장은 재임 시절 농협금융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하는 등 성과도 냈다. 금융당국은 인사 개입설에 선을 긋고 있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일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의사결정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안다”며 “당국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에 의견을 내거나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힘 있는 관료 출신을 영입했다는 관측도 있다. 이 신임 회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요직을 두루 거친 데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 초기 좌장 역할을 맡아 경제 공약 전반을 이끌었다. 이후 선대위 축소 과정에서 물러났지만 윤 대통령과 신뢰 관계가 굳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엔 부총리와 산업은행 회장 등으로 거론됐다.
농협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가운데 정부·여당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농협금융 회장 교체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익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 과제도
농협금융 수장에 오르게 되는 이 회장은 자본 확충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단일주주인 비상장사인 탓에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농협중앙회의 유상증자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인수합병(M&A)을 통한 금융 포트폴리오 확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부채가 13조원에 달하는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증자에 적극 나설 수도 없는 여건이다.농협은행에 편중된 이익 구조 개선도 과제로 꼽힌다. 올 3분기까지 농협금융 순이익에서 농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1.9%에 달했다. 50~60% 수준인 KB금융 신한금융에 비해 은행 의존도가 높다. 금리 인상 여파로 실적 부진에 빠진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개선도 이끌어야 한다. 관료 출신 인사의 회장 선임에 반대하는 농협금융 노조의 반발도 예상된다.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권준학 농협은행장(59)과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60), 강성빈 NH벤처투자 대표(52)의 연임 여부는 다음주 임원후보추천위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농협금융 회장 교체에 따른 경영 안정 차원에서 권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1959년 부산 출생
△1983년 행시 26회
△2012년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2013년 기재부 2차관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2016년 국무조정실장
△2021년 서울비전2030위원장
△2022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고문
김보형/이소현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