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연결을 지향하는 복원의 가치

성기학 영원무역·영원아웃도어 회장
필자의 고향은 람사르습지 인증을 받은 국내 최대 내륙 자연늪지 ‘우포늪’이 있는 경남 창녕이다. 원래 ‘소벌’로 불리던 우포늪은 480여 종의 식물 자생지이자 희귀조류 번식지로서, 천연기념물 ‘고니’와 멸종위기종 ‘따오기’ 사육·복원의 중심지다. 2003년 태풍 ‘매미’로 무너진 우포늪의 제방 복원 때 다양한 의견이 충돌했다. 당시 필자는 완전한 자연늪으로 복원해야 환경적 가치는 물론 장기적으로 경제적 가치까지 제고될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기존보다 더 높은 제방이 서는 등 본래보다 퇴행·변형한 결과에 매우 개탄한 바 있다.

1년의 절반을 사업장이 있는 이국땅에 머무는 필자에게 고향 자연경관을 향한 그리움과 제대로 복원하지 못한 우포늪에 대한 아쉬움으로 사업장에서나마 고향의 모습을 재현하고픈 잠재적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필자가 경영하는 방글라데시 치타공의 ‘한국수출가공단지’가 그런 영향에 의해 자연을 개량한 대표적 사례다. 사막에 가까운 불모지로 일명 ‘텍사스’라고 불리던 350만 평 규모 땅에, 20여 년간 200만 그루 이상의 나무 수백 종을 조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5억 갤런의 빗물을 저장하는 늪지를 조성했다. 그 결과 150만 평에 달하는 지역이 녹·습지로 탈바꿈하고, 수많은 동식물 특히 137종의 새가 서식하는 곳으로 변모했다.또한 전력 수급은 불안정하지만 일조량이 풍부한 현지에서 추진한 대규모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를 통해 머지않아 전 세계 사업장에 걸쳐 100㎿ 상당의 친환경 대체에너지 설비를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이곳은 국제자연보전연맹, 세계자유무역지대협약 및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단체들로부터 세계적 모범이 되는 친환경 공업단지로 갈채 받고 있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 터전과 친환경 서식지의 공존을 통해 인간과 자연을 조화롭게 연결한 사례다. 이런 가치를 구현할 아름다운 소도시의 완성이야말로 장기간 추진하고 있는 이 지역 복원의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사업장이 있는 지역의 삶과 문화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현지인들의 자긍심과 연결되는 문화 복원에도 힘쓰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진행한 수백 년 된 벵갈제국의 문화유산이자 현지인들의 자랑거리인 ‘바로 사다 바리’ 유적 복원, 우즈베키스탄의 유네스코 헤리티지 사이트인 사마르칸트에서의 오래된 전통무용극장인 ‘엘 메로시’의 복원과 경영 정상화가 그것이다. 이렇듯 필자에게 ‘복원’이란 원 상태로 되돌린다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과거의 가치들을 현재 상황에 맞게 재구성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래의 바람직한 가치에까지 연결하고자 하는 과정이다.

다음 에세이에서는 ‘고택 복원’에 관한 경험담을 이어갈까 한다. 고택 복원은 유적으로서만의 한옥이 아닌 현대 삶 속에서 그 유용성을 찾고자 하는 바람은 물론 선대의 지혜와 교훈을 계승하고자 하는 연결의 의미까지 갖고 있기에, 많은 이와 이 복원의 결과물을 함께 나눠보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