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학 용적률 완화…'푼돈' 지원보다 규제 완화가 낫다 [사설]

서울시가 지역 내 54개 대학의 건물 용적률 규제를 대폭 풀기로 했다. 용적률 200% 이하 저밀 용도지역으로 획일적 규제를 받아온 대학 캠퍼스에 ‘혁신성장구역(시설)’ 개념을 적용해 초고층 빌딩 건설도 가능해진다.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시계획 지원 방안’ 명칭 그대로 대학 발전을 도시 경쟁력과 연계하는 개념이다.

조례 개정이 남아 내년 하반기께나 실행될 전망인데, 연구 건물 신·증축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도심 과밀, 서울 집중 같은 문제 제기가 나올 수 있지만, 큰 틀에서 진일보한 자치행정이다. 교육이든, 문화·예술이든, 산업·과학이든 과감한 규제혁파로 해당 부문 자체가 활로를 개척하도록 하는 게 최선의 지원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예산은 뻔하고 지출할 곳은 나날이 늘어나는 판에 많지도 않은 현금 지원을 해주며 온갖 간섭을 하는 것보다 백번 낫다. 특히 14년째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빈사 지경에 이른 대학은 ‘푼돈’ 나눠주기보다 창업 공간, 산학협력 연구실, 학내 유치 기업시설 확충으로 자립·자활하도록 적극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많은 대학이 교통·청년문화 등 유무형의 좋은 인프라를 안고 있다.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정보기술(IT)·인공지능(AI)·데이터 산업의 기술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 가령 도시 인프라가 탄탄한 서울지하철 2호선 주변 대학에 초고층 연구·창업센터를 세운다면 투자·기부 기업도 충분히 나올 것이다. 돈 안 들이고 효과 만점인 지원책이 규제 완화다. 지방 거점도시들도 눈여겨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