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워싱턴 안따라간다" 이창용, 파월을 이겨낼까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FOMC의 3대 관전포인트 총정리 / 美증시 주간전망
또 다시 운명의 주간입니다. 이번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2부작입다. 미국 중앙은행(Fed) 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BOE)의 금리 결정도 같은 날에 몰려 있습니다. 공교롭게 월드컵 경기도 FOMC와 시청률 경쟁을 하려는 듯 한 날 한 시에 편성돼 있습니다.
같은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사상 첫 생방송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을 정리하며 월드컵 방송 해설자 같은 역할을 해줄 전망입니다. 'A매치 데이'가 된 15일 주요국의 금리결정을 중심으로 이번주 글로벌 증시의 일정과 이슈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뉴욕과 클리블랜드 중 누가 맞을까

속썩이던 기름값과 곡물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가는 우크라이나전쟁 이전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미국 내 휘발유값은 갤런당 3.30달러로 1년 전(3.34달러)보다 0.04달러 싸졌습니다. 텍사스주 등 남부 10개 주와 위스콘신주의 평균 가격은 갤런당 2달러대로 떨어졌습니다.
곡물 가격도 하락세입니다. 올 3월에 밀 가격은 부셸당 13달러 수준으로 올랐지만, 지난 9일 7.34달러로 떨어졌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합의로 흑해를 통한 밀 수출이 재개된 뒤 밀 가격은 5주 연속 내렸습니다. 주요 곡창지대 중 하나인 호주의 풍년도 가격을 끌어내린 요인입니다.
문제는 파월 의장이 지적한 대로 주거비와 서비스 가격입니다. 부동산 시장은 긴축 이후 가장 먼저 반응을 나타내는 부문입니다. 금리에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0년 고정금리 대출이 대부분이어서 미국 부동산 시장은 견고합니다. 임차료도 거의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빡빡한 노동시장이 해소되지 않는 각종 서비스 가격은 잘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거기에 최근엔 신선식품 가격이 뛰고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 채소 가격이 전월 대비 38.1% 상승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가격 상승률이 80.6%에 달합니다.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달걀 가격도 지난달에만 한 달 전에 비해 26% 상승했습니다. 연간 기준으로는 244.1%나 급등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에너지와 곡물 가격은 좀 안정세입니다. 헤드라인 CPI는 좀 둔화되고 근원 CPI는 불안합니다.
그걸 반영해 월가에선 11월 헤드라인 CPI는 전년 동기대비 7.3%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근원 CPI는 6.1% 상승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전달보다는 낮아진다는 겁니다. 10월엔 헤드라인 CPI가 7.7%, 근원 CPI가 6.3%였습니다.

지만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인플레이션나우 캐스팅은 조금 더 높게 봅니다. 헤드라인 CPI 상승률을 7.49%, 근원 CPI는 6.26%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플레나우 캐스팅이 좀 더 근접한다면 시장은 요동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인플레나우캐스팅 수치의 적중률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7.7%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지난달엔 인플레나우 캐스팅도 크게 틀렸습니다.


Fed의 경제전망 2페이지만 보면 끝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 올릴 가능성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CPI가 8%대가 나오지 않는 한 그럴 가능성은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이게 곧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이 부분은 Fed가 한국시간으로 15일 새벽 4시에 내놓는 경제전망(Economic Projections) 보고서의 2페이지에 집약돼 있습니다.
우선 파월 의장의 얘기처럼 금리의 종착역입니다. 내년 4.6%로 돼 있는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이 어떻게 바뀌느냐가 큰 관심사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5%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5.25%를 초과한다면 내년 2월 FOMC에서도 빅스텝을 밟을 공산이 커져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둘째 관전포인트는 고금리 유지기간입니다. 시장에선 정책 전환(피벗)으로 부르고 있는 기간입니다. 9월 FOMC에선 내년으로 예상됐습니다. 내년 금리가 4.6%이고 2024년 금리가 3.9%로 전망됐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도 피벗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습니다. 내년과 2024년 금리 전망치의 격차가 줄어들면 시장엔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는 경기침체 여부입니다. 9월 FOMC에선 약한 경기후퇴나 짧은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올해 성장률이 0.2%로 떨어졌다가 내년에 1.2%, 2024년에 1.7%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죠.
실업률은 내년에 4.4%로 뛰었다가 2024년에도 계속 그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고금리가 오래 가면 성장률 회복 시점이 더 늦어지고 실업률 상승폭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월스트리트저널은 골드만삭스를 인용, 월가의 큰 손들이 Fed의 피벗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에도 펜보다 입이 강하다?



파월은 8월 잭슨홀 회의 이후 완전한 매로 변했습니다. FOMC 성명서가 비둘기적으로 해석될수록 간담회에선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미국동부시간 오후 2시 성명서 발표 후 뉴욕증시가 오르면 30분 뒤에 있는 간담회에서 꼬꾸라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다만 지난달 30일 브루킹스연구소에 한 연설에서 약간의 기조 변화가 있었습니다. 여러 얘기를 했지만 금리인상 속도조절론과 과도한 긴축 경계론을 주장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2% 물가 목표를 달성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대전제를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전제를 기반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균형을 잡으려고 해왔습니다. 공포감이 확산돼 있으면 완화적 발언을 많이 섞고 안도랠리를 하면 매파적 발언을 해왔습니다.

이번에도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나 경제전망과 관련해 질문이 나올 때 증시 상황에 따라 발언 수위를 결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성명서가 매파적으로 해석되면 시장을 달래는 얘기를 적절히 섞고 그렇지 않다면 매파적 발언을 쏟아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뉴욕증시가 2시와 2시30분 이후 두 번의 변곡점을 맞을 지를 잘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U와 영국도 같은 날에 빅스텝?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Fed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Fed의 움직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런 점이 이번주 일정에 잘 반영돼 있습니다. ECB와 BOE는 Fed의 결정이 나온 이후에 금리를 결정합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자간담회 성격의 토론회에 나옵니다. 한국시간으로는 모두 같은 날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사진=한경DB
우선 이 총재는 한국시간으로 15일 오전 11시에 한국방송기자클럽이 주최하는 생방송 토론회에 나섭니다. 한은 총재의 첫 생방송 토론회입니다.
그동안 한은 총재들은 여러 이유로 생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총재는 다릅니다. 그것도 FOMC와 파월의 기자간담회가 끝난 지 5시간 정도 후 시점입니다. 파월 발언을 해석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지난달 이 총재는 3.25%인 한국의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린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파월 발언 이후 이 전망이 바뀔 지가 큰 관심사입니다.
한국시간으로 그날 밤엔 유럽과 영국도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영국 기준금리 결정은 오후 9시이고 ECB의 기준금리 결정은 같은날 오후 10시15분입니다.
현재로서는 BOE와 ECB 모두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전날 나오는 영국 11월 물가상승률이 10월이나 예상보다 높으면 영국은 또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습니다.
FOMC와 같은시간엔 프랑스와 모로코의 2022년 월드컵 준결승전도 열립니다. 과거 프랑스와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은 모로코가 이번에도 식민지 더비에서 승리하는 파란을 이어갈까요. 모로코는 8강전에서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습니다. 모로코는 예선부터 8강전까지 시장 예상을 깨고 벨기에와 포르투갈 등 유럽 강호들을 모두 이겼습니다.
꼭두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금리인상 월드컵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시장 예상대로 끝날 지 그렇지 않을 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