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점령 요충지 멜리토풀 미사일 공격…12명 사상

우크라군, 하이마스 동원해 러군 막사 폭격
러군, 이란제 드론으로 기반시설 공습
전선 교착되자 평화협상 대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점령지인 멜리토폴을 폭격했고 러시아군은 곡물 수출의 허브인 오데사항에 공습을 가했다. 전선이 교착된 사이 드론(무인기)과 미사일을 활용한 고공전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겨울 다가오자 고공전 격화

1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전날 저녁 러시아군 점령지인 멜리토폴을 고 기동 포병로케시스템(HIMARS·하이마스)으로 공격했다. 멜리토폴은 남부 자포리자 주(州)의 제2 도시다.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 주지사 예브게니 발리츠키는 “방공 시스템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2발을 격추했지만 4발은 요격에 실패했다”며 “이 때문에 2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9일부터 이틀간 멜리토폴을 비롯해 동부 지역에도 광범위한 공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 등지에서 밤새 폭발음이 들렸고, 크림반도의 심페로폴 등지에서도 폭격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에 따르면 루한스크에 있는 러시아측 용병회사 와그너그룹의 본부가 붕괴됐다.

2014년 러시아군이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 공략을 위한 전술로 풀이된다. 지난달 12일 우크라이나군은 남부 요충지인 헤르손시를 수복했다. 후퇴한 러시아군은 전선을 축소하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한 달간 전선이 교착되자 폭격을 통해 교착상태를 바꿔보려는 뜻이다.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헤르손 동부의 러시아군과 마리우폴 인근 러시아 국경까지 연결되는 모든 물류가 멜리토폴을 통해 이뤄진다”며 “멜리토폴을 수복하면 크림반도를 비롯해 헤르손까지 연결되는 러시아군 전체 방어선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군은 드론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공습했다. 10일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 수백 대를 날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인 오데사 등을 공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인해 에너지 기반 시설이 일부 파괴됐다.

오데사 주민 약 150만명 이상이 전력 차단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히 브라추크 오데사 지방군 사령부 대변인은 “오데사의 전력망이 복구되려면 최소 2~3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겨울을 맞아 부대 운영이 어려워지자 양측이 고공전을 펼쳤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지역은 3월 평균기온이 섭씨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곳이다. 뚫으려는 우크라이나군이나 지키려는 러시아군 모두에게 악조건이다.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전선에선 참호전이 벌어져 바닥에 고인 물에 발이 얼어붙는 부상병이 속출하고 있다.

쉽사리 병력을 움직이지 못하자 드론과 미사일로 주요 시설을 폭격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는 드론으로 기간시설을 파괴하고, 우크라군은 하이마스로 막사를 정밀 요격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양측 모두 기동력이 떨어진다”며 “결국 ‘버티기 싸움’이 되고 이는 내년 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젤렌스키 연쇄 통화…종전 협상 논의되나


전선이 교착되고 민간인 피해가 누적되자 종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연쇄 통화를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들 각각과 대화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하루에 연쇄 통화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로이터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릴레이 인터뷰를 두고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이 질질 끌면서 10개월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외교 활동이 증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합병 선언’을 한 4개 주를 우크라이나에 되돌려 줄 생각이 없고 우크라이나도 평화의 대가로 영토를 러시아에 넘기는 것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 확고하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 협상론이 대두하자 △우크라이나의 영토 완전성 회복(국제법에 따른 점령지 완전 반환) △러시아의 전쟁 배상금 지급 △러시아에 대한 전쟁범죄 책임 추궁과 처벌 등을 조건으로 제시해왔다. 형식적으로는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지만 러시아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는 관측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