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에게 물려줄 아버지 고사성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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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아버지가 나를 불러 들려준 옛이야기다. 남편감을 인사시키면 아버지가 반대해 혼기를 놓친 딸이 “집에만 계시니 갑갑하시죠. 바깥바람 좀 쐬고 오세요. 이 도시락을 꼭 산 좋고 물 좋은 데 있는 정자를 찾아서 드시고 오세요”라고 했다. 딸이 싸준 도시락을 들고 산 좋고 물 좋은 데 있는 정자를 종일토록 찾아 헤맸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 딸에게 도시락을 도로 건네주며 “산 좋고 물이 좋은데는 정자가 없고, 정자도 있고 물이 있는 데는 산이 없고, 산 좋고 정자도 있는 데 물이 없더라. 네가 말한 세 가지를 모두 갖춘 데는 찾지 못했다”라고 했다. 딸은 “그런 많지도 않은 세 가지 조건을 맞춘 경승지는 흔치 않습니다.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도 찾기 힘듭니다”라고 얘기했단다.
남동생과 여동생 둘을 먼저 혼인시킨 내 아버지는 장남인 나를 불러 역정을 냈다. “내가 그토록 싫어한 게 역혼(逆婚)이다. 그게 불효다. 네가 뭐가 못 나 혼인할 사람을 데려오지 못하느냐? 네가 여러 조건을 따지기 때문이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날도 아버지가 어김없이 인용한 고사성어가 ‘완벽(完璧)이다. ‘벽(璧)’은 동그랗게 갈고 닦은 옥(玉)이다. 이 말은 춘추전국시대에 초(楚)나라 변화(卞和)가 발견해 초문왕(楚文王)에게 바쳤다는 세상에 둘도 없는 아름다운 보옥(寶玉)인 ‘화씨의 벽(和氏之璧)’ 때문에 생겼다. 이 ‘화벽(和璧)’이 조(趙)나라에 흘러 들어갔다. 이를 탐낸 진(秦)나라 왕이 15개 성과 바꾸자고 꾀었다. 힘이 약한 조나라 왕이 대장군 인상여(藺相如)에게 묻자 그가 한 말이다. “진나라가 구슬값을 주며 화씨벽을 원하는데 왕께서 거절하면 우리 잘못이고, 구슬을 주었는데도 약속한 성을 주지 않으면 진나라가 잘못한 겁니다. 신이 화씨벽을 가지고 진나라에 들어가겠습니다. 구슬값을 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화씨 벽을 온전하게 보전해서[完璧] 돌아오겠습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진나라 왕은 보석만 받고 성을 주지 않았다. 인상여는 보석에 흠이 있다며 달라고 해 일단 받아든 다음 “천하의 보물이라 저희 왕도 이 구슬을 보낼 때 닷새간 목욕재계했습니다. 진나라 왕도 닷새간 목욕재계하고 받으시길 바랍니다. 구슬을 강제로 뺏으려 하시면 저 기둥에 제 머리와 구슬이 함께 박살 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라고 왕을 위협했다. 진나라 왕이 목욕할 때 수행원에게 옥을 들려 탈출시켰다. 그렇게 보석을 하나도 손상하지 않고 원래 그대로 완벽을 도로 가져왔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진나라 왕은 대장부라고 칭찬하며 그를 돌려보냈다. ‘사기(史記)’ ‘인상여열전(藺相如列傳)’에 나온다. 내 아버지는 목숨을 건 인상여의 기개와 용기를 몇 번이나 칭찬했다.
다시 결혼 이야기로 돌아온 아버지는 “조건은 하나면 된다. 산, 물, 정자 중에 변하지 않을 산 하나만 있으면 된다. 물길은 바꿀 수 있고 정자는 지으면 된다. 산처럼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 진심을 가진 사람이면 된다”고 며느릿감 조건을 제시했다. 이어서 아버지는 “내 사람 되면 모든 게 다 이쁘게 보인다”며 결심을 재촉했다. 더는 지체하지 않고 다음 날 은행의 내 옆자리 직원을 부모님께 인사시켜 승낙을 얻고 이듬해 서른여섯에 결혼했다.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 아버지는 “인상여의 용기는 자애심(自愛心)에서 나온다. 자애심은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내 사람’이 예쁜 이유는 내가 목숨을 걸고라도 지켜내고 싶은 고귀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어 “인상여가 목숨 걸고 화벽과 조나라의 자존심을 지켜냈듯 네가 발견했을 네 아내의 진심을 감싸주어라. 낯설고 풍속 다른 우리 집에서 모든 게 서툴 네 아내의 허물을 덮어주고 편들어주고 두둔해주어라. 산처럼 흔들리지 않는 한결같은 진심을 발견하고 지켜주는 게 용기고 너 자신을 사랑하는 길이다. 완벽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거다”라고 내 눈을 틔워줬다. 34년째 지켜나가는 자애심 또한 손주에게 먼저 물려줄 소중한 성정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조성권 국민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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