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규제 완화' 1주 최대 근로시간은… 92시간? 80.5시간? 69시간?

한경 CHO Insight 백브리핑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지난 5개월간의 활동 및 연구 결과를 정리해 지난 12일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권고안 중 근로시간 관련 핵심 내용은 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까지 다양화해 근로자와 기업의 선택권을 넓혀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경영계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안대로라면 주당 최대 80.5시간, 심지어 92시간까지 일하게 될 것이라고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일까요? 짚어봤습니다.

먼저 주 최대 근로시간이 92시간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일주일에 92시간을 일하려면 토요일과 일요일을 쉰다고 가정하면 월화수목금 5일 동안 매일 18시간24분을 일해야 합니다. 현행 1주당 연장근로 한도가 12시간이고, 한달이 4.35주이니 한달동안 허용된 연장근로를 한 주에 몰아서 하면 12×4.345=52.14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굳이 '근로일 간 11시간 의무휴식'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비상식적인 얘기지요.다음은 지난 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 발표 이후에 나온 '주당 최대 80.5시간 근로'라는 주장입니다. 산식은 이렇습니다. 근로일 간 11시간, 즉 퇴근후부터 다음날 출근 때까지 최소 11시간은 의무휴식 조항이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하루 최대 근로시간은 회사 바로 앞에 집이 있다고 해도 13시간입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상 4시간 근무 후에는 반드시 30분 휴게시간을 두어야 하니 실제 근로시간은 11시간 30분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주5일 기준 최대 57시간30분을 일하게 되고, 주6일을 근무한다고 치면 최대 69시간이 근로시간이 됩니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80.5시간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은 휴일도 없이 월화수목금토일 7일을 일했을 경우을 산정한 것인데,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일주일에 하루는 법정 주휴일로 강제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대로 그대로 입법을 한다고 해도 주 최대 근로시간은 69시간입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산술적인 수치이지 근로시간 변경은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실제 현장에서는 작동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의 상용직 월평균 연장근로시간은 10.0시간으로 근로기준법상 한도인 월 52시간의 20% 수준이었습니다. 법정 연장근로 한도인 월 52시간을 초과하는 사업장은 1.4%에 불과했습니다. 또 하나 정부가 연장근로를 확대해 근로자들을 장시간 근로로 몰아넣는다는 주장은 목소리가 높지만 간과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노사가 합의해 어느 달 첫주에 최대 69시간(소정 40시간+연장 29시간)을 일하고, 그 다음주에 63시간(소정 40시간+연장 23시간)을 일하기로 했다면, 셋째 주와 넷째 주 이후에는 연장근로가 불가능해집니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