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원주민 왕가 '마지막 공주', 96세로 별세

하와이 제도 통치한 원주민 왕가의 마지막 공주
하와이 제도를 통치한 원주민 왕가의 마지막 공주와 하와이 최대 지주인 아일랜드 사업가의 딸로 태어나 사실상 '하와이의 마지막 공주'로 불린 아비게일 키노이키 케카울리케 카와나나코아가 11일(현지시간) 향년 96세로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12일 오전 이욜라니 궁전 앞에서 발표됐다. 이 곳은 미국이 하와이에서 유일하게 보존하고 있는 원주민 왕의 궁전이지만 지금은 주로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사망한 카와나나코아는 공식 왕족 타이틀은 없었지만 하와이 부족의 상징이었고 하와이 원주민 왕국이 1893년 미국인 사업가에게 점령된 후에도 살아있는 '하와이 공주'로 존경받으며 살았다.

호놀룰루 지역 대학교의 하와이 원어 연구가인 키모 알라마 케아울라나 교수는 2018년 한 인터뷰에서 "그녀가 언제나 하와이 공주로 불린 것은 하와이 원주민과 주민들이 그 혈통을 인정해왔기 때문이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케아울라나교수는 "그는 분명히 우리의 마지막 알리이(하와이어로 왕족)이었다. 하와이 공주답게 위엄이 있고 지적이며 예술에도 능했다"고 평가했다.그의 증조부인 제임스 캠벨은 아일랜드 출신 사업가로 하와이 최대 지주였다. 사탕수수 농장으로 큰 돈을 번 뒤 하와이 왕족 아비가일 쿠아이헬라니 마이피네피네 브라이트와 결혼했고 두 사람의 딸인 와히이카 아후울라 캠벨은 원주민 왕가의 왕위 계승자인 데이비드 카와나나코아 왕자와 결혼했다.

거기서 태어난 딸 리디아와 남편인 윌리엄 제리미아 엘러브록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아비가일이었다. 그는 홀어머니 아래서 자라다가 할머니에게 정식 입양돼 하와이 공주의 칭호를 얻게 되었다.

다만 그는 하와이 왕국이 건재했더라도 본인이 후계자가 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난해 호놀룰루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왕국이 남아있었더라도 그가 여왕이 되기보다 사촌인 에드워드 카와나나코아가 왕위에 올랐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주민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케카우'란 애칭으로 불렸던 그는 캠벨가의 돈을 누구보다도 많이 상속해 약 2억1500만달러(약 2812억원) 규모의 재단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오랜 세월 하와이 원주민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 호놀룰루 철도 사업 반대, 세계 최대 망원경설치 반대운동 지원, 하와이 원주민 왕과 왕비의 유품 박물관 공개, 국왕의 14 캐럿짜리 다이아반지 기증 등 역할을 했다. 이욜라니 궁전의 보존과 관리에도 나섰다.

조시 그린 하와이주지사는 미국과 하와이 전체에 조기 게양을 선포하고 주의회와 정부 청사에서 11일 일몰까지 성조기를 반(半)기로 게양할 것을 명령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